교보문고 전자책 도서관을 종종 이용하는데
어느 날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제로)>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땐
내가 마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읽기가 조금 망설여졌는데
과연 '넓고 얕은 지식'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의외로 얕은 지식이 아님에 조금 놀랐고,
우주, 종교, 철학 등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안 되겠다,
이 책은 소장용이다
싶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했다.
책의 출간 순서가 원래 1, 2, 0라
이참에 순서대로 읽어 보려 1편 먼저 구매했다.
1편에서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이렇게 다섯 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나는 이 다섯 개의 분야에 모두 제로 베이스였기 때문에
약간의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작가의 친절하고 명확한 설명에
전혀 어려움 없이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고,
'중간 정리', '최종 정리' 등의 챕터를 통해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해 준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흐름을 반복적으로 짚어 주니
이해를 못 할 것 같다는 걱정은 시원하게 버려도 될 것 같다.
우선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니 순서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정치' 파트쯤을 읽다 보니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의 순으로 차례가 짜여 있는 이유가 다 있었다.
작가가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역사 파트부터 차곡차곡 빌드업하여
'정치' 파트쯤에서 본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절대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하고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는 식의 열린 대화를 이어 나간다.
작가의 끊임없는 질문에,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나는 어떤 마인드를 갖고 어떤 것을 지향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할 수 있었다.
영국인이 중산층의 기준으로
'자기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약자를 돕고 강자에 저항할 것'
'페어플레이를 하고 부정과 불법을 거부할 것'
을 제시한 반면,
한국인은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월 급여 500만 원'
'중형차 이상 소유'
를 제시하며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대목에서는
반박할 수 없음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속상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다.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게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미술관에 가면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그냥 한 번쯤은 가볍게 읽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읽기 쉽게 만화책으로도 출간이 되어
아이들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아 한 권 씩 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가의 유머다.
개그 코드가 또 나에게 딱 맞아서,
책을 읽으면서 혼자 얼마나 피식 댔는지 모른다.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지적 대화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책임에는 분명했다.
1편이 어떤 책인지 충분히 실감했으니,
얼른 서점에 가서 나머지 2편과 0편도 구매해야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의 마음을 경외심으로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과
내 안의 도덕률이 그것이다."
-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