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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차 Jan 05. 2022

25. 문소리: 만신(2013)

팟캐스트 "소덕소덕" 스크립트 

이번주는 갑작스럽지만서도 저희가 사랑해 마지않는 명배우 문소리 특집입니다.


배우 소개

문소리는 데뷔 초반인 1999년부터 이미 <박하사탕(이창동 감독)>으로 알려졌고 뇌성마비 장애인을 연기한 이창독 감독의 2002년작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를 위시한 국내외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바람난 가족(2003, 임상수)>, <가족의 탄생(2006, 김태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임순례)>, <하하하(2009, 임상수)> 등 여러 장르에서 유명한 감독들과 계속 호흡을 맞추고있습니다. 최근작들은 뒷부분에 종합적으로 언급하겠습니다.


영화 소개

영화 <만신>은 국가무형문화재 83호 '서해안배연신굿(배주인 개인) 및 대동굿(동네)' 보유자 나라만신(무당의 높임말) 김금화씨의 일대기를 영화한 것과 다큐멘터리를 합친 영화입니다. 각 나이대별로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 배우가 맡아 연기했고 본인 인터뷰 분량이 더 많습니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동생인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 박찬경씨가 맡았습니다.

대단한 인터뷰이와 대단한 감독과 대단한 배우가 만났으니 그 결과물도 궁금하죠?


줄거리

김금화씨는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출생하여 매우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17세에 신내림을 받았는데, 외할머니 김천일씨 역시 황해도 옹진 일대 유명한 무인이었습니다. 보통 대를 건너 세습된다는 말이 있죠. 남동생을 보라고 어렸을 때는 '넘세'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15세 때 한 첫 결혼에선 시어머니의 괴롭힘이 심해 도망나왔고 25세 때 두번 째 결혼에선 남편이 능력이 없어 10년만에 이혼하는 등 어려운 나날들이 계속됩니다. (영화에서는 그냥 사정이 어려워서 좋게 헤어진 것처럼 남편분이 인터뷰하던데 또다른 본인 인터뷰를 보니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전쟁 때도 남한군과 북한군에게 동시에 의심을 사면서도 또 그들이 의지하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황해도 굿이 엄숙하면서도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해야 해서 쉽지 않은데, 피난 후 인천에 자리잡은 김금화는 그런 면에서 두각을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김금화씨의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은 1967년 '전국무속경연대회' 출전, 1982년 한미수교100주년행사(미국), 1985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시대마다 명칭이 다름) 지정 등을 통해 일반과 해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80년대 들어 정부측에서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맞서 민간에서 전통문화를 중요시하는 움직임이 서로 만나 굿이 크게 조명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단한 게 한편으로는 굿을 신성시할 수도 있겠으나 형편이 어려운 것도 이유겠지만 굿과 소리를 합해 종합예술로 선보인 것이 김금화씨의 탁월한 안목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DMZ에서의 통일기원 굿, 삼풍백화점 참사, 연평해전, 세월호 사건 등에 대한 추모굿 등 좋거나 슬픈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대중들에 의해 불려와 위로를 주는 위치에 이르렀습니다.

재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김새론 배우는 이런 역할에 있어서는 나이 든 배우 저리가라 할 정도의 소화력을 보여주었고, 류현경씨는 불안한 눈동자를 계속 보여주신 것 같아서 조금 웃겼지만 굿 연기가 생소할텐데도 잘 하신 것 같습니다. 문소리씨는 길고 본격적으로 굿의 소리하는 부분을 연기하셨는데 아 왜 문소리 문소리 하는 줄을 또 깨닫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세자매>에서는 모태신앙인 같아요. 실제로는 불자라고 합니다.) 개봉당시 인터뷰에서는 쑥스럽게 얘기하시던데 눈 한번 깜빡 안하고 프로무인처럼 연기하셨어요... 좀만 길었으면 공포영화였어요... 그리고 감독이 사진전공자라 그런지 미적인 연출이 간간히 돋보이는데요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어린 김금화역인 김새론 배우가 다시 나타나 신내림받아 무당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자원으로 쓰기 위해 동네사람들에게 쇠붙이를 받으러 다닙니다. 처음에는 영화속 배우들이 주다가 점점 영화밖 스태프들도 하나씩 보태고 김금화 역을 맡은 류현경, 문소리씨까지 보태고 김새론씨가 한복판에서 잠들고 그것을 김금화씨 본인이 쳐다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마치 이런 삶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고 그들의 삶과 연기는 맞닿아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참고로 김금화씨는 2019년에 별세하셨습니다.)


무속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정작 본인은 인터뷰때마다 부끄럽다는 듯이 공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무속 등을 연구한 민속학자들은 김금화씨와 그 분의 굿과 소리를 더 자랑스럽게 설명했습니다. 미신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굿을 잔치와 예술로서 보았을 때 그 영향력과 예술성은 큽니다. 작았다면 이미 없어지지 않았을가요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자신이 누렸던 그 영향력을 축소해버립니다. 요즘 세상에도 교회 집사, 권사들도 점을 그렇게 본다던데 정작 무당과 그 친인척은 그렇게 차별하지 않습니까? 영화에서 80년대에도 교회 사람들이 타종교인들에게 찾아가 행패부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종교가 없더라도 무당의 자녀, 배우자를 차별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목록을 볼 수 있는데요, 궁중문화는 주로 60~70년대부터 지정된 반면 민속문화는 대부분 80년대부터 지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잘 해내는 배우

문소리씨의 중반필모는 초반필모와는 다르면서도 더욱 다양한 역할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조연: 아가씨(2016), 리틀포레스트(2018)

아무래도 중년여성배우가 주연을 맡기 힘든 면이 있어 조연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가 바로 문소리입니다. <아가씨>에서는 주인공 히데코에게 의지가 되는 이모 역을 맡았는데 책을 소리내어 읽는 장면에서 집중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낭독이 아니라 마치 주문같았죠. <리틀포레스트>에서 역시 주인공 혜원이 원망하면서도 의지하게 되는 엄마 역을 맡았는데, 마치 진짜 관객의 엄마나 동료인 것 같은 신뢰가 생겨 그의 강직한 말에 사로잡히는 그런 영향력을 느꼈습니다.   

감독: 여배우는 오늘도(2017)

배우로서 일한 기간도 그렇고 결과물도 그렇고 더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도 또 영화를 배우기 위해 대학원을 갔고 졸업작품을 합쳐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를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문소리씨는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감독도 맡았습니다. 본인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자신의 배우인생을 해학적으로 메타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데요, 이만한 대배우도 별쓰잘데기없는 편견에 시달렸구나 싶어서 좀 슬프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잘 풀어낸 문소리 감독의 역량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고통과 편견의 대부분은 여성배우여서 겪는 것이라서 더더욱요. 그런데도 이 쓰라림을 제가 볼 땐 불편한 부분없이 유쾌하게 풀어내 사람의 됨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작자: 세자매(2021)

이 즈음부터 동료들 특히 여성동료들을 함께 챙기고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주연 및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 세자매는 제목처럼 여성중심의 영화이고 같은 주연인 이선영 배우의 남편(비교적 신인인)이 감독을 맡아 투자받기도 힘들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합니다. 홍보를 위해 전참시나 아는언니 등에 출연하기도 하고 시나리오집도 내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작품입니다. 만신에서는 무인의 삶을 살았다면 세자매에서는 독실한 기독교집안(으로 보이는) 가정의 맏딸로서 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여배우는 오늘도> GV에서 라미란씨와 이선영씨와 함께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 동료인지 제가 다 감격스럽더라구요. 문소리씨의 최근 인타뷰에서는 여성운동사에 대해서도 언급해서 제목으로 올려졌는데, 과거 민노당 당원이었던 점도 그렇고 세상에 관심이 많고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꾸준한 사람이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사실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보여주기 힘든데 연기면 연기, 감독이면 감독, 동료애까지 모두 갖춘 이 시대의 훌륭한 어른 문소리씨를 소개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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