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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Aug 01. 2015

<심플 플랜>을 읽다

공포소설가 스티븐 킹이 극찬한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

악하기 때문에 악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선을 추구하고 행복을 찾다가 그렇게 될 뿐이다.
- 메리 월스톤크래프트


제이콥과 행크 형제, 그리고 루. 세 명의 남자가 차를 타고 가다 외진 눈밭에 불시착한 비행기와 마주한다. 운전석엔 까마귀에게 눈을 파먹힌 조종사가 숨져 있고 그 옆엔 묵직한 더플백 하나. 그 안엔 한화 49억 원에 달하는 백 달러 뭉치가 가득했다.

그들은 궁리 끝에 돈을 갖기로 한다. 단 비행기가 발견되기 전까진 행크가 보관해 두었다가 비행기가 발견된 이후 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때 나누고, 누군가 돈을 찾으려 하면 태우기로. 바로 책 제목이자 그들이 꾸며 낸 '간단한 계획(심플 플랜)'이다.


돈가방을 발견할 때만 해도 그들의 범죄는 사소해 보였고 행운은 커 보였다.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기로 한 행크가 자기 아내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심플 플랜에는 균열이 인다. 아내는 돈이 통째로 없어지면 의심 살 게 뻔하다며 50만 달러를 몰래 돌려다 놓으라고 코치한다. 심지어 돈을 돌려놓으러 갈 때 형이나 루에게 들키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아예 형을 데리고 가란다.


돈을 돌려놓겠다는 계획은 숨긴 채 행크는 형과 함께 비행기로 돌아간다. 형 몰래 5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두고 나오는 찰나, 스노모빌을 타고 지나가던  노인이 형에게 말을 건다. 겁 먹은 형은 자기도 모르게 노인을 주먹으로 쳐 쓰러뜨린다. 늙은 목격자를 추락사로 위장하기 위해 행크와 제이콥 형제는 강에 노인과 스노모빌을 버리기로 한다. 그런데 그때, 죽은 줄 알았던 노인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놀란 행크는 목을 졸라 부활한 목격자의 숨을 끊는다. 그들의 행운이 비극으로 바뀌는 서막은 이렇게 올랐다.


형 제이콥은 동생이 사람을 죽였다며 두려워하고, 동생 행크는 목격자를 대신 처치해 준 자신을 몰라주는 형에게 서운해한다. 심지어 루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자기 몫을 달라며 조르기 시작한다. 루의 아내 낸시도 돈가방의 존재를 알게 됐다. '돈을 잔뜩 뿌려 놓고 그 위에서 섹스를 즐기고 싶다'는 행크의 아내의 소망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설원을 배경으로 한 <심플 플랜>은 얼핏 영화 <파고>를 떠올리게 만든다. 모중석 스릴러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나온 이 작품 후기 인터뷰에서 모중석의 말을 인용해 본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괜찮다'라고 말해 주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녹고 맙니다... 그리고 따사로운 봄이 오면 얼룩덜룩한 눈의 잔해 아래 그 추악함이 대책 없이 드러나지요." 1998년에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도 있다니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행크 역 빌 팩스톤, 제이콥 역 빌리 밥 손튼. 왓챠 영화 정보를 보려면 여기로 https://watcha.net/mv/m/mp2r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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