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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pr 01. 2023

옹이와 산책

좋아하는 것을 쓰겠다는 다짐

 옹이가 잔뜩 배긴, 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보는 기분. 오래된 집들을 볼 때면 그런 기분이 든다. 사람으로 치자면 굳은살이 잔뜩 박인 손발을 보는 기분. 옹이는 나무가 힘든 환경에 처할수록 더 깊이, 단단하게 박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너무 낡아 스러질 듯 하지만 그럼에도 버티고 서있는 집들을 볼 때 오히려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는 화수동이 내게는 그런 생명력이 가득 찬 마을이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창, 문, 벽돌과 나무를 볼 때면 카메라를 들어 담아두게 된다. 그리고 그 창, 문, 벽돌과 나무가 지나온 시간을 가늠해 본다. 그렇게 들여다본 벽돌 한 장, 틈 하나가 때로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낡고 작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세상에서 낡고 작은 것들을 그러모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건물이, 사람이. 때로는 길가에 풀꽃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을 찍고, 그리고, 써서 담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펜을 들었다. 처음으로 각을 잡고 글을 쓰니 한껏 장황해져 버렸지만, 결국은 마을을 다니며 좋아하는 것을 쓰겠다는 소박한 다짐이다. 도르리에서 한 달에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가다듬지 못하고 못내 비죽 나와 버린 슬픔이나, 기분 좋은 어떤 순간에 포착한 온기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따뜻함으로 가 닿길 바라며. 걷기 좋은 봄! 더 늘어지기 전에 동네 산책을 나가야겠다.



2023년 3월 31일

목련과 벚꽃이 함께하는 이상한 봄날에

진진 씀     



옹이 [국어사전]

1.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

2. ‘굳은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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