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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ug 01. 2020

나와 시간을 보내는 방법, 차(茶)

가정집 다도클럽 이야기

 2월에 학교를 졸업하고, 요즘의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부지런히 탐구 중이다. 졸업하고 나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이 늦은 걸 테지만... 그만큼 나는 나를 모르고 살았으니, 지금이라도 나를 찾는 길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가정집'은 그렇게 나를 찾는 과정에서 만난 곳이다. 최근 나에게는 세상살이를 알려주는 많은 선생님들이 생겼는데, 가정집도 그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가정집카페앤펍은 마을의 빈집을 주민사랑방으로 리모델링하는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로, 지역 청년과 주민들이 함께 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동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청년협동조합 W42의 가정집 소개글)


 빈집을 활용한 도시재생을 청년들이 직접 주도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마침 곧 '다도(茶道) 클럽'을 시작하실 계획이라는 대표님 말씀을 듣고, 나도 참가하기도 했다. 호기롭게 "저도 참가할게요!"라고 당당히 외쳤으나, 언제나 처음은 떨리는 법이다. 거기다 차라고는 티백 녹차나 가끔 마시는 수준인 내가 다도라니!



1주 차 이야기 _ 저는 2020년 여름 다도에 입문했습니다.


  가정집 다도 클럽은 인천 다송 예절 문화원의 원장이신 조명순 선생님과 함께 진행된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인사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사뭇 다정했다. 다도는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거라는 내 편견을 깨부수고, 선생님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이번 주에는 차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차의 명칭과 기원에 대해 배웠다.

 '차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은 차나무 잎도 만드는 과정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지니게 된 차로 탄생하게 된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같은 차나무 잎이지만 발효를 거쳤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홍차가 되기도 하고 녹차가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차는 색, 향, 맛 모든 것이 다르다.


 차를 처음 접할 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차 한 가지에서도 수십수백 가지의 향과 맛이 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익숙한 향과 맛을 찾아보며 마시는 것이다. 차를 맛볼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향이 나나요? 또 어떤 맛이 나나요?"라고 물어보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분명 어떤 맛과 향을 느끼기는 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꿀고구마요."라는 클럽 멤버의 대답에 선생님은 "맞아요."라고 웃으며 대답하셨다. 발효차에서는 흙냄새, 뿌리식물의 향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풀어서 설명해주셨다. 꿀고구마라는 표현을 듣고 나도 공감했다.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향과 맛을 표현하는 것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다음번에는 나도 어떻게든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최근에는 중국차, 유럽차 등이 많이 유입되면서 고가의 차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사실 차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차를 처음 접하면서부터 고급차 문화에 길들여질 필요 없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차'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茶)'와 '티(tea)' 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티는 고급이고 차는 대중적인 것인가? 티는 서양의 문화고 차는 동양의 문화인가?

  

 "차(茶)와 티(tea)는 같은 말이에요."라고 웃음 지으며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차는 중국이 원산지로, 중국 푸젠 성(福建省)의 용어인 "데"가 해로를 통해 17세기 유럽으로 전파되며 티(tea)로 불리게 되었고, 광둥성의 용어인 "차"가 육로를 따라 러시아,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며 "차"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또, 유럽에서는 모두 차를 티라고 부를 것 같지만 포르투갈에서는 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예전에 차를 이르던 명칭에는 다(茶), 가(檟), 설(蔎), 명(茗), 천(荈)의 다섯 가지 말이 있기도 했다. 작은 찻잎에도 이렇게 많은 역사이야기가 담겨있는 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글에 모두 옮겨 적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진을 찍으며 선생님 손의 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께서 수업 말미에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여요. 사람은 자신의 얼굴은 가꿀 수 있지만, 뒷모습은 그렇게 가꿀 수 없죠."라고 말씀하셨다. 차를 마시며 그 태를 가꾼 사람은 뒷모습에서 그것이 드러난다고 한다. 주전자를 기울이며 몸이 함께 기울지 않도록 바로 잡으면서, 내 자세가 평소에 얼마나 나쁜 지도 함께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 뒷모습이 어떨지 최근에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나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다도인)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차에 대해 처음 접하고 배우는 날을 기억하고, 자신을 소개할 때 언제 차에 입문했는지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2020년 7월 27일이 처음 차에 입문한 날이 된 셈이었다. 언젠가 누군가 "차에 입문하신 날이 언제인가요?"라고 물으면 "2020년 여름에 처음 입문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다도 클럽의 첫 번째 날은 차에 입문하며 일상에서 나와 시간을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정집 거꾸로 아카이빙 기록자로서 매주 가정집 다도 클럽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글에 소개된 차에 대한 설명은 다도 클럽에서의 수업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자세한 설명은 조명순 선생님의 저서 "마음으로 우리는 茶"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가정집 다도 클럽은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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