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결국 그녀는 그에게, 넌 아니라는.../
그 모진 말을, 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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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퇴근을 하려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나가다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아직 퇴근 전이면, 회사 앞이니까,
만나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는 그의 목소리는,
애써서 최대한 가볍게 말하려는 톤이 분명했다.
약속이 있었던 건 아닌데다가,
그냥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는 싫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와 저녁을 먹기는 싫어서... 그녀는 난감해졌다.
둘러댄다고 한 말이... "어쩌지... 나, 벌써 퇴근했는데../"
말해놓고, 아차 싶어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가 회사 문 앞에 서서,
발끝으로 땅을, 톡톡, 구르고 있었다.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고도 그는,
아예 회사 앞 벤치에 앉아서, 담배까지 꺼내 문다.
이미 퇴근했다고 말해버린 터라,
그가 사라질 때까지, 이제 그녀는 퇴근을 할 수도 없게 됐다.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앞에 와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
그는 오늘 저녁, 지나가다가 그냥 들른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온 줄, 그녀도 다 안다.
고마울 법도 한데,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그의 어깨는 구부정해 보였고,
고개를 숙인 그의 모습은, 오히려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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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그가 회사 앞에서 떠나주기를 기다리며,
그녀는, 자신을 그토록 좋아해주는 그가,
왜 그렇게 싫은지, 생각해 본다.
만약에 그가..
지나가다 들렀다고 말하지 않고,
니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왔다고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지난 그녀의 생일에, 목걸이를 선물하면서,
예뻐서 샀는데, 딱히 줄 사람이 없더라는 말 대신,
니 생일 선물 주려고 고민해서 샀다고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그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건,
언제나 그에게, 딱 그만큼의 거리만 허락하는
그녀의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건, 그녀만의 거절 방식이었다.
그가 지나가다 들렀다고 하면,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진 않고, 응 그렇구나.. /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
그가 건네는 커피에서, 마음은 쏙 빼고, 커피만 마시는 것-
이렇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는, 그가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그녀는 날이 갈수록 싸늘해져 가고-
그녀의 싸늘함에, 마음을 베이면서도, 날이 갈수록 그는, 애가 탔다.
더 이상 그의 호의를 차갑게 받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워진 그녀는,
오늘은 기어이, 못된 여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하며,
코트를 입고, 가방을 챙겨들고, 회사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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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도. /
그 기본적인 체온마저도, 나눌 수 없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 모든 이들의 이름은, <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