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열시십분의풍경
물건들을 쌓아놓고 보니,
작은 상자로 하나쯤은 된다.
덩치가 큰 물건들은 이미 다 내다버렸고,
옷 같은 건 지난 주말에 의류수거함에 넣었다.
이제 상자에 담긴 건,
구석구석에서 찾아낸, 작은 흔적들-/
유행이 한참 지난 스티커 사진이나,
남자가 적어준 쪽지 몇장같은 것들.../
목걸이와 시계는 좀 고민이다.
누굴 주기도 그렇고,
어디 중고로 팔기도 그래서
제일 아랫 서랍, 잡동사니를 모아두는 곳,
그것도 제일 안 쪽으로 밀어 넣어둔다.
뭐 이렇게까지... 싶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그의 흔적들을 볼때마다
놀라는 자신이 싫어서, 이렇게라도 하는 것 뿐이다.
남자의 칫솔과 면도기까지, 모두 상자에 넣고서야
여자는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선다.
이건 일반 쓰레기통에, 저건 재활용 쓰레기통에.../
생각하다가, 여자는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지난 사랑을, 재활용하다니.../,
어쩐지 좀, 우스운 일인 거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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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이 SNS에 이런 얘길 올렸다.
7월이 되면서 시인의 어머니는
지난 6월 달력 한 장을 북- 뜯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남편과 자식들 먹일
생선을 굽는 프라이팬 위에
북 뜯은 달력 한 장을 덮어두셨다고 했다.
기름이 튀지 않도록 말이다.
어머니의 그 모습을 보고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날도, 쓸모가 있다”
세상이 온통 즐거워 보였던 그 날,
이상하게 시간이 죽어라 안 갔던 그 날,
그러다 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었던 그 날...
내가 지나오며 하나의 선을 완성한, 그 날들....
아팠건, 힘들었건, 죽을 것 같았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날도,
떠올리기가 죽기보다 싫은 날들도-
한참 더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엔,
시인의 어머니처럼 우리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날도, 쓸모가 있었구나’
그 모든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