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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May 06. 2020

몇 번을 더 헤어져야 헤어지지 않을까

[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그 날은, 그녀가 좋아하는 그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공연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


그들이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저녁 5시였다.

만나는 장소는 언제나 그랬듯, 

거기.. 그 버스 정류장 앞, 은행./


만나서 가볍게 저녁을 먹고, 공연장에 갈 계획이었다.

가끔 그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그녀가 많이 좋아하는 가수였다.

그러니 당연히 이번 공연을 많이 기대했을 터.../


한 번도 약속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는데,

2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바람이 추운데다가, 추적추적.. 비까지 오고 있었다.

그대로 얼어버릴 것 같은 칼바람속에서,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30분이 더 지났다.

이제라도 도착하면, 저녁은 못 먹겠지만

공연 시작 시간엔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고,

그녀의 전화기에선 전원이 꺼져있다는 말만 반복됐고, 

시간은 자꾸 흘렀다.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화는 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슬프기만 했다.


추워하다가, 슬퍼하다가... / 그는, 잠에서 깼다.


>>>


잠에서 깨자마자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시계를 보는 일이었다. 새벽 3시 20분.../


이게 꿈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꿈이었는데도, 

눈가가 얼얼하고, 가슴이 먹먹할 만큼 슬펐다.


잠들기 전에 마신 맥주 때문인지, 갈증이 느껴졌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을 때,

어두운 주방에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고,

냉장고의 불빛이 주방의 공기를, 주홍색으로 비추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꿈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건 꿈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그녀와 헤어졌으니까.../


식탁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아서, 그는 생각했다.

지난번 꿈엔,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내더니-

또 언젠가는, 내 앞에서 다른 남자랑 키스하더니-

오늘은 연락도 없이, 약속을 어기는 걸로, 나랑 헤어지는구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그는 이제 다시 잠들기는 글렀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잠들면... 또 그녀와 헤어지는 꿈을, 꾸게 될까봐.../


up/down


꿈에서조차, 몇 번을 더 너와 헤어져야,

더 이상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내 얘기, 듣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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