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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복치 May 19. 2019

‘이직’이라 쓰고 ‘신입’이라 읽는다.

이직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발을 내디딘 순간, 그곳이 바로 현실이었다. 신입으로 입사한 것이 아닌 경력직으로 이직을 한 순간, 그것은 혹독한 현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어디로 발을 내딛느냐가 문제인데 나는 늘 발을 잘 못 내디뎠다. 내가 발을 내디딘 그곳은 물 하나 없는 사막과도 같은 곳이었고, 하이에나 소굴이었다. 기존에 쓰던 글의 톤은 완전히 버려야 했으며 경력직 이직이라, 회사에서 바라는 바가 크다며 나를 위축시켰다.


나는 늘, 나의 장점을 크게 보던 사람이었다. 언제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을 알게 된 순간 생각은 달라졌다. 경력직 이직이라고 누구 하나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챙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봤자 이제 출근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막중한 업무를 주고서는 이렇게 해야만 해. 너는 너를 바꾸어야만 해. 이것도 몰라?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일요일 밤이면 다음 날 회사 가는 것이 너무 싫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이랬으니까, 너도 이래야 돼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촉박한 시간은 내 마음을 더 촉박하게 만들었다. 이직을 했으면 분명 다른 상황, 다른 업무 (이전과 비슷한 업무라고 해도 분명히 다른 업무) 일 텐데  경력직이라기보다는 신입이니까 어느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는지.


뿐만 아니다. 사수와 팀장이 한 메신저를 본 일이 있었다. 보고 싶진 않았는데, 어쩌다 보였다. 그걸 보고 난 후 내 마음은 더 싱숭생숭해졌다 그 내용은 나도 지금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나 또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든지. 팀장이 그 아이는 왜 아직도 제대로 하지 못하냐는 거라던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제 한 달 다녔는데 미친 듯이 성과를 내고,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적응하기를 바란 거라면 내가 다시 퇴사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건 아닌가 싶었다. 멘털이 약한 건지, 아닌 건지. 아무튼 다시 마음을 잡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주변에서 받아주질 않으니 원(...)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져 가는 중이다.


이직을 했어도, 경력직이기보다는 이 회사에 처음 입사한 신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직을 후회하고 있냐고? 어느 정도 그렇다. 그럼에도 내가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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