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복치 Feb 24. 2020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전염병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이 난리래”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을 당시 정말 대수롭지 않았다. 우한 폐렴 덕분에 중국 공장이 가동을 하지 않아서, 한국에 미세먼지가 덜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기뻤다. 미세먼지 때문에 사놓은 마스크 50매는 그냥 서랍에 짱 박혀 있었다. 더 사두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가 발병하기 시작했대.” 아직 사망자는 없고, 확진자도 8번째밖에 없으니까 괜찮겠지 생각하며 하루 걸러 하루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답답한 마스크는 트러블을 유발했고, 화장을 지우게 만드는 귀찮은 요인일 뿐이었다.


갑자기 신천지라는 뜻하지 않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 의심환자, 사망환자가 늘기 시작했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은 안 걸린다는 말도 어느새 쏙 들어갔다. 확진자 명단에는 97년생부터, 94년생, 54년생 등 다양한 남녀노소가 분포해 있었다.


이제는 물을 먹다 사레가 들어도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기침을 토해내기 어렵다. 독감, 감기, 환절기가 겹치면서 비염인 사람, 단순 감기인 사람들 역시 내가 의심환자가 아닌가, 내가 확진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이때다 싶어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고...(내가 그때 혜안이 있어서 마스크를 50매가 아닌 500매를 사두었으면 어땠을까? 맨날 시도 때도 없이 쿠팡 새로고침을 누르는 일은 없었겠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곧잘 다니던 영어학원을 이제 한 달 다녀서 재미를 붙일 시기인데, 3월에도 학원 수업을 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흐름이 끊길까 괜스레 서글퍼진다.


진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렇게 평범했던 모든 것들을 앗아갈 줄이야...! 평소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것들을 못 누리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무섭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깨달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