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8일 화요일
제목만 봤을 때 ‘그럼 그렇지, 회사 친구들은 무슨... 여행 갔더니 똑같았구나?’라고 생각하고 클릭한 사람들도 있을 거다. 만약 그랬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경기도 오산. 그리고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퇴사를 하고 연락을 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꾸준히 연락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후자인 사람들은 아마도 인생에 평생 데려가야 할 친구들이 아닌가 싶다. 이번 퇴사에서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아무 일이 없으면 놀러 오라는 언니들의 말, 오늘은 무슨 약속이 있는데 너도 와. 등등의 말들이 나를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있게끔 해주는 것 같아 괜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제주도였다. 퇴사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는 전혀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울했던 찰나, 제주도를 가자는 회사 언니들의 말에 냉큼 비행기를 예약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설렜다. 만나면 하하 호호 깔깔 껄껄 허리가 끊어지게 웃게 해주는 언니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남자 친구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데, 우리는 단지 회사에서 만난 인연일 뿐인데 이렇게 잘 맞아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잘 맞는다. 정말 친한 친구도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 언니들은 안 맞아도 맞춰준다. 내가 막내라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이런 막내라면 너무 좋잖아?
그래서 누구랑 여행 갔어?라는 질문에 회사 친구라고 소개하지 않고, “어! 친한 언니들이랑 여행 왔어!”라고 이야기했다. 회사는 비록 그지 같아서 퇴사했지만, 소중한 친구들을 얻어서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비염이 미친 듯이 터져서 나를 괴롭혔다. 여행의 마지막을 그지같이 보내긴 싫어서 티를 내고 싶진 않았지만 재채기에 콧물에 아주 첩첩산중으로다가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들은 나를 수시로 걱정해줬다. 그깟 비염일 뿐인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약국을 찾아주고, 마지막 여행 내내 걱정을 해줬다. ‘이런 따뜻함..., 내가 막내라서 느끼는 것만은 아니지?’
여하튼,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은 회사 친구여도 소중한 인생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회사에서는 거리를 둬야 편하다는 말은 케바케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나처럼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