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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16. 2020

‘써야하는 사람은 써야 하더라고요’

글쓰기 습관 기르기

한동안 글을 또 완전 안 쓰고 지냈는데, 방학을 맞이하여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3회차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첫 번째 과제의 글감은 '내 귀에 들어온 말'이고, 이날 수업에서 글을 쓰고 싶은데 꾸준하게 잘 써지지가 않는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많이 한 것 같아서, 이런 고민과 관련된 글을 적어보았다. ㅎㅎ




   내 주변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글로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은 꽤 오래 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딱히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를 드러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쉽게 글쓰기의 세상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에 용기를 북돋아준 말이 있다. 바로, ‘써야하는 사람은 써야 하더라고요(장강명 작가가 ‘산 자들’ 북 토크에서 해준 말)‘라는 말이다.

 이날 작가님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적어주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전까지는 수줍어서 ‘그냥 글쓰기에 관심만 가지고 있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언젠가는 해볼 수 있겠죠.’라고 대충 얼버무렸었는데 친구들의 응원도 있었고 좋아하는 작가님께 이런 말을 듣고 나니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이 날 밤 침대에 누워 올해가 가기 전에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사실 아직도 글 쓰는 근력이 약해서 발만 살짝 담가둔 상황이지만 어쨌든 나의 글쓰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내 안에서 글쓰기 욕구가 처음 삐져나왔던 건 고등학교 때 무렵이었다. 당시 PD를 꿈꿨던 나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시험기간 중에도 챙겨봤는데, 그 중에서도 ‘위대한 유산 74434’(빼앗긴 우리나라의 문화 유산을 되찾기 위해 전국민적인 캠페인을 벌였던 프로그램)를 제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재가 환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스러운 마음에 시청자 게시판에 가서 장문의 글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우는 이모티콘과 함께 새벽 감성 가득한 글을 써내려갔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과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기억하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가득 담아 글을 남겼었다. 왜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내 글에 공감한다는 댓글이 여럿 달리는 걸 보면서, ‘나도 글을 쓰려면 쓸 수 있구나, 그리고 글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도 있구나’, 하는 묘한 감정들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그 날의 글쓰기 경험이 곧바로 습관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내가 사회 속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삶의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비로소 다시 글쓰기에 눈을 돌리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내가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떤 글을 써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글 쓰는 근력을 길러야하는지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한 해 동안은 천천히, 그러나 끊어지지 않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 글이 조금은 B급 감성이어도, 사소하지만 공감 가는 글들을 통해 조금씩 글 쓰는 체력을 기르고 싶다. 소심해서 앞에 나서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잘 못해도, 작고 소중한 일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나의 목소리도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나의 이야기,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일터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쌓여 조금씩 내 글이 넓어지면 좋겠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걸 좋아하고, 그들의 소중한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주변에서부터 시작해 시선을 조금씩 더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다보면 정말 ‘써야하는 사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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