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고백한다.
나는 무엇이 두려워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며
요란한 침묵의 밤을
지새웠던가.
우리의 이전에는
아침과 낮과 이른 오후가
볕이 들고 기울지만
어둠이 들지 않은 시절이
있었을는지도 모르겠으나
나와 나의 친우들이
지새운 지난 어스름이
어쩜 아주아주 긴 밤의
도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후배들아
너희가 한 점 빛이 없는 가운데서도
진창으로 나아감에 주저함이 없었듯이
밤이기에 대지는 식었고
오히려 너희의 목소리는
크고 멀리 퍼질지도 모르겠다.
근래 유독 밤기운이 차다.
외투를 챙기고
올는지 오지 아니할는지
미명(未明)을 기다리자.
그때가 되면
지금 미처 나누지 못한
우리의 말들을
이 지날 밤을 곱씹으며
소주 한잔 나누자.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eltimesh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