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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미상 Jan 07. 2021

볕이라도 넉넉히 들면


어느 겨울밤

추적거리던 가랑비는

어느덧 진눈깨비가 되어

새하얗게 흩날리고


어둔 밤길 걷던

푹 숙인 고개

움츠린 어깨의

어떤 이는


차갑고도 축축이

젖어들 뿐


빗물인지

눈에서 비롯된 물인지

분간하지 못하였다.


다음 날 아침

어슴푸레

날은 밝아 오건만


해를 등진

산기슭 한 편에는


밤새 싸락눈이

듬성듬성 쌓여 있었고


그 사람의 가슴속

쌓인 눈은

어녹기를 거듭하다

응어리가 되었다.


날이 풀리거든

쌓인 눈이야

자연히 스러지겠지만


우선 볕이라도

넉넉히 들면 어떨까...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aditya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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