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기껏 해야 얼마 되지 않음을
앞을 향해 열린 눈으로
옆도 뒤도 제대로 못 보면서
뭘 그리도 많이 아는 줄 아는 걸까.
만겁(萬劫) 속에서 찰나(刹那)도 채 겪지 못하면서
가없는 우주 속에서 티끌만치도 못되면서
찰나와 티끌 속에서 겪어보았으면
도대체 얼마나 겪어보았길래
뭘 그리도 많이 아는 줄 아는 걸까.
종지 위에 앉아서는
뭘 그리도 많이 아는 줄
말도, 글도, 그 어느 것도
결국 다 담아내지 못할 것을
담아 냄이 부실하니
그 무게를 알기나 할까.
미워하고 끊어내고 멀리 해도
나 역시도 다르지 않음을
무겁다,
글의 내뱉음이
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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