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집어진 머릿속은
제멋대로의 마구잡이로
섬유 다발들이 들어 차
겨우 단편적인 신호들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어느샌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가슴은 텅 비어버렸고
그 무엇도 채우지 못했고
그 무엇도 남겨지지 못했다.
믿어야지...
다짐을 해보지만
경계는 날카로워지고
깊어지고 벌어질 뿐이었다.
생각을 품지 못하는 머리와
온기를 품지 못하는 가슴으로는
단어 하나 떠올리고 새기는 일조차
어찌나 힘이 들던지
가을나무의 색이
바래가는 것도 모르고
내놓은 낯에 닿은 서늘함으로
이미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빛바랜 낙엽들을 보았으나
아무런 감흥도 서글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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