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밤
추적거리던 가랑비는
어느덧 진눈깨비가 되어
새하얗게 흩날리고
어둔 밤길 걷던
푹 숙인 고개
움츠린 어깨의
어떤 이는
차갑고도 축축이
젖어들 뿐
빗물인지
눈에서 비롯된 물인지
분간하지 못하였다.
다음 날 아침
어슴푸레
날은 밝아 오건만
해를 등진
산기슭 한 편에는
밤새 싸락눈이
듬성듬성 쌓여 있었고
그 사람의 가슴속
쌓인 눈은
어녹기를 거듭하다
응어리가 되었다.
날이 풀리거든
쌓인 눈이야
자연히 스러지겠지만
우선 볕이라도
넉넉히 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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