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로운 Mar 09. 2023

드디어 리스본

매일쓰는 방랑일지 001

드디어 리스본에 가는 날. 늘 리스본을 그리워했다. 10년 전의 기억 때문이다. 사진처럼 남은 기억 속에 리스본은 빛바랜 색감이 포근한 도시였다. 주황빛 지붕이 빼곡한, 처음 도착해도 익숙하고 편안한 도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비행기 탑승까지 다 마쳤는데도 출발하지 않고 꼬박 2시간을 기다렸는데, 결국 테크니컬 이슈로 비행기에서 다 내리라고 했다. 낮 12시 티켓이었지만 이륙한 건 오후 5시. 여행을 즐기는 나로서도 공항에 머무는 시간은 애증어린 시간이다. 세상과 분리되어 혼자 해야하는 작업들에 몰두하긴 좋지만 그 특유의 답답한 공기가 싫다.


여차저차 리스본에 도착해서, 메트로를 타고 시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6시반이었다. 해가 뉘엿해져있었다. 그래도 메트로 역을 나서는 순간 '아, 리스본이다'라는 생각이 들며 모든 고생이 씻겨나갔다.


@ Rua Augusta, Lisbon


숙소는 Rua Augusta. 쇼핑-관광 거리의 한 가운데였다. 짐을 풀고 간단히 길을 나선다. 날씨는 저녁치고 포근했는데, 낮에는 한차례 비가 내렸는지 돌길 곳곳에 물기를 머금고 있다. 그래서인지 노란 조명이 더 도시를 반짝이게 하는 것 같다.


5분정도 걸어서 Rossio 호시우 역 근처의 Figueira 피게이라 광장에 나가니 역시나 3월 8일 여성의 날 답게 행진이 한창이다. 행진은 끝없이 이어졌다. 전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여성 연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울리고 있겠지. 한편으로는 축제 같고 한편으로는 투쟁 같은 행진이 흥겹고도 비장하게 이어진다. 행진을 10분쯤 구경하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Plaça Figueira, Lisbon


공항에서 다섯시간동안 에너지바, 감자칩 쪼가리로 연명했던 오늘. 고생한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자, 리스본 도착을 기념해서라도 멋진 저녁을 먹고 싶었다. 우연히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우육면 맛집을 발견! 보통 한 시간씩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던데, 의외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속을 든든히 채우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 Panda Cantina, Lisbon


노란 트램의 도시, 리스본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이 가득해졌다. 스페인어와 묘하게 닮은 듯 전혀 다른 포르투갈어도 반갑다.


오랜만이야 리스본! 잘 구경하고 가야지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