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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Jan 02. 2022

2022년 일출

조하주(朝霞紬) 세모시 고쟁이 벗는 중

내게 일출을 선물하러 강릉까지 단걸음에 달려간 딸이 서둘러 돌아왔다. 둔내 휴게소에서 소떡을 먹으며 카카오톡으로 보내 준 일출 사진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니 바다를 벗어나는 해가 마치 세모시 고쟁이를 벗는 농염한 여인 같다. 버선코를 덮은 긴치마를 벗은 후에 속적삼, 속저고리, 다리속곳, 속속곳, 단속곳 조하주(朝霞紬) 고쟁이 끈을 푸는 여인. 아침노을 같다 하여 조하주(朝霞紬)라 불리는 세모시 고쟁이가 여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바닷물에 풀어진다. 그러지 않고서야 바다 혼자 저렇게 곱게 물 들 수는 없다.

조하주(朝霞紬) 고쟁이를 떨쳐내고 이제 마지막 남은 어아주(魚牙紬) 고쟁이를 벗는다. 빛깔이 살빛처럼 뽀얗다해서 어아주란 이름이 붙은 세모시는 옷을 입고도 마치 벗은 듯하여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옛날에는 바람기 많은 여인네를 '세모시 고쟁이'라고 불렀다나.  

해(日)가 벗어놓은 어아주(魚牙紬) 고쟁이가 파도로 밀려와 와락 안긴다. 물기 털고 입어 보니 내 몸에 딱 맞는다. 올 해는 바람을 좀 많이 피워보고 싶다. 역마살에 도화살이 끼었다는 내 사주팔자대로 바람을 제대로 피워보고 싶다. 많은 사람을 사랑했으나 아직 벗지 못한 나의  어아주(魚牙紬) 고쟁이. 그 어떤 콘텐츠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테니 무조건 오라. 저 해처럼 뜨겁게 살 섞어 보자.

나의 태양신(太陽神) 아폴로 은서은준이가 대지에 그려놓은 내 심장에 피가 돌지니, 나는 매일 매일 살포시  일어서서 세모시 고쟁이를 벗어 하늘에 던지고 맨 몸으로 그대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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