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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Feb 16. 2022

봄봄

70인데 아직도 설익은 슬픔 

입춘(立春) 지난 지 열 이틀. 음력 정월 열엿새날 

음력 1월 16일 새벽 4시, 유리창을 적시는 달의 눈물, 내 눈물. 설익은 슬픔이 범람한다. 70이 넘었건만 아직도 여물지 못한 나의 서러움이 또 있었던가? 어디 숨었다가 품어달라 자꾸만 보채는가? 창문 열어보니, 

달(月)이 굴절된 삶을 애써 감추고 고운 낯빛으로 안긴다. 내 깊은 주름살 켜켜이 스며들어 강을 이룬다. 하늘에서 내 발끝까지 이어진 신 새벽의 슬픈 강물. 작심했다. 강물에 나를 던지기로. 온전히 소멸해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나는 소멸 중이고 또 태어나는 중이다. 절친이 보내 준 복수초(福壽草)로

나도 한 때 꿀벌을 부르는 꽃이었다. 꽃이 피고 지고, 또 꽃이 피고 또 지고를 무한반복. 내 눈에서 떨어져 나간 가짜 속눈썹은 어디서 무엇이 되었을까? 내 동생 명희가 보내 준 딸기꽃이 딸기를 맺듯 이리되었을까?

음력으로 열 엿샛날은 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기망(旣望), 가장 큰 슬픔으로 다가와 나를 소멸하고 다시 환생시킨 달을 품고 다시 또 한 번 기망(冀望-앞일에 대하여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하는 날(日), 다음 보름날에는 내 슬픔이 좀 여물었으면 한다. 

저 물에 뛰어들어도 내 몸 내 맘 젖지 않도록, 슬프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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