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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Aug 25. 2022

느닷없이

격하게 자랑질이 하고 싶다

4년 만에 만난 은서 편지 


세상에나 이럴 수가,

원고를 쓰다가 자료 찾느라

'한국 필화사(筆禍史)'를 펴니

편지 한 통이 툭 떨어진다.


은서가 4년 전 내게 보낸 편지,

내가 해외 출장 갔을 때다.

연필로 꼭꼭 눌러쓴 만큼 사연도 심각하다.

출장 떠나기전  멀리 있어도 마음은 통한다 했더니

간절한 마음을 담아 책갈피에 끼워놓는 걸

방금 전에 발견한 거다.


할머니가 옆에 없으니

자기 사생활이 너무 심심하다는 고백.

초3이 무슨 사생활이 있다고 사생활 타령이람

빵 터지고 말았다.


3학년 몇 반으로 가야 하는지

알림 쪽지를 잃어렸다고 조언을 구한다.

쫄보가 이때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알림장을 찾느라 부산스러웠을

2018.3.1 분위기가 충분히 상상된다.


밤에 잘 때 아빠가 코를 골아 시끄럽고

동생이 들러붙어 귀찮다는 하소연 뒤에

할머니랑 자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은서는 유치원 때부터 소리 소문도 없이

내 공책에 이런 그림을 많이 그려 놓았다.

뽀글 머리는 할머니고 함께 줄을 탄 아이는 자기란다  

이 그림들은 초1 때로 기억한다.

집에 쌀이 오면 좋아서

홑이불 뒤집어쓰고 부산을 떨던 은서가 지금 중1,

자기 딴에는 철이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하는 짓은 여전히 초딩이고,

그림은 많이 변했다.

이런 은서 덕분에 내 체온은

365일 36.5도를 잘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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