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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Sep 14. 2024

눈물이 별을 켜는 밤

- 길 잃은 별이 유랑하지 않도록


헐벗고 태어난 내 몸

번성과 쇠락을 반복하더니

함부로 흐르지 않은 담대한 결기

방울방울 모았다가

기쁠 때 내어줄 줄 아는 노련함도 가졌구나     


썩은 창자에 고름 차올라

마음 미어져 내가 나를 버리려 할 때

혼자 이겨내도록 나를 부축하지도 않고

두 발 꼿꼿이 뿌리박도록  

모질고 독하게 나를 버려두고는  

저 혼자 캄캄한 동굴 회오리치며 돌다가      


죽어도 살아보겠다고

삼만 육천 마디 뼈를 갈아 징검다리 놓고

겨우 빠져나와 휘어잡은 제비꽃

보랏빛 꽃물 젖은 손에 방울방울 스미는

눈물, 눈물, 눈물     


이제, 술에 취하지 말고 눈물에 취하자

이제, 얍삽한 네온사인 말고 별을 켜자  


눈물이 별을 켤 때마다

방울방울 별똥별 하나 둘 셋 넷  

아하, 그렇게 살아지는 인생  

아하,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

내 손녀 은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린 그림이

헌 책 속에서 걸어 나왔다.

은서는 지금 중3,

사춘기 고운 별을 켜고 또 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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