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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Sep 17. 2024

태풍을 이기는 방법

-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삶이 궁지에 몰려

작은 숨조차 내뱉을 수 없다고   

강아지풀 새파랗게 겁에 질렸다.


서로 부둥켜안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더니

선 넘은 흙탕물에 결국은 뭉개져버렸다.


살 터져 핏물 온몸에 흐르고

부러진 뼈 폐를 찔러 훅 떨어진 산소 포화도

잔뿌리 뜯긴 자리 물집 터지고 또 터지고

심 정지 직전 누군가 외쳐 대는 한 마디
 

"보아라!

 저 높은 철조망 위 시뻘겋게 녹슨 눈깔들

 저들도 두려워 몸을 떤다.

 암만 머리 쳐들고 센 척해도

 지구 안의 한 마리 짐승!

 태풍이 거셀수록 여린 것들만 살아남는다.

 우리 눈과 귀는 남아 있으니

 가벼워진 몸으로 기어코 살아보자!"

  .  

비바람 거셀수록 더 단단해지는 결속력

휘어진 철근 사이에서 더 선명한 순결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만

깊게 흐르는 김민기의 저음(低音)


낮은 노래를 따라 일어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강아지풀

새파랗게 겁에 질렸다가

꼿꼿이 일어선 여린 모가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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