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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NDTRAX Nov 17. 2015

2015년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vol.3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과 매드맥스 그리고 마션까지

다음은 앞선 후보들에 비해 조금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괜찮은 작품들을 뽑아본다면...

지난 HMMA에서 극영화 음악 부분 깜짝 수상을 한 댄 로머의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Beasts of No Nation]을 먼저 꺼내야 되지 않을까. 어 그레이트 빅월드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나가 함께 한 노래를 만들기도 했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음악가인 그를 단번에 인지시킨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아프리카 소년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이드리스 엘바의 좋은 연기와 배급을 맡은 넷플렉스의 첫 번째 극영화이자 극장 외 온라인 동시 개봉으로도 꽤 많은 화제가 되었었다. 강렬하진 않지만 영화 내 부유하듯 유랑하듯 불온한 공기처럼 떠도는 그의 스코어는 잿빛 현실을 그럴 듯하게 반영해내고 있다.

여름 시즌의 시작을 뜨겁게 달군, 30년만의 인고의 후속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도 잊어선 안 된다. 둔중하게 약동하는 비트감과 강렬한 일렉 사운드가 ‘미침’과 ‘분노’에 더욱 불 지핀, 이 점층적이고 고조되는 스코어링은 우직하지만 달려 나가는 영화만큼이나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브라이언 메이와 모리스 자르의 뒤를 이어 작곡가로 지명된 정키XL(본명은 톰 홀컨보르흐)은 자신의 예명만큼이나 ‘약 빤’ 사운드를 완성해 감독과 관객을 만족시켰다. 한스 짐머와의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꽤 대중화되고, 푸시-업된 경향도 있지만, 사실 그전부터 그는 유럽에서 잘나가던 DJ 겸 뮤지션이었다. 영화음악으로 발을 넓히며 더더욱 각광받는 그가 액션영화라는 편견을 넘어 시상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제임스 호너의 유작이 된 [The 33] 또한 주목할 만한 대상이다. 영화의 반응과는 별개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상징성과 시상식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서사적이고, 제3세계 음악 스타일을 차용한 탓에 두드러지는 결과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감동적인 드라마에 딱 맞춘 호너의 명징한 선율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그에 대한 예우와 공로상적인 의미로 사후 수상이라는 방식을 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다 차차하더라도 [The 33]의 음악은 매우 아름답고 숭고하다. 그의 새로운 음악을 다시 못 듣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퍼질 정도로.

흥행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알란 실베스트리의 [더 워크 The Walk]도 올해의 인상적인 결과물 중에 하나였다. 초반의 경쾌하고 발랄한 프렌치 사운드와 케이퍼 무비를 연상케 하는 재즈, 그리고 감동적인 전율을 선사하는 관현악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대한 찬양을 숨기지 않았던 [더 워크]는 지독히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선율로 그 시절에 대한 풍취를 담아내고 있다. 실베스트리의 노련하면서도 감성적인 사운드는 저멕키스의 좋은 연출과 맞물리며 감동을 자아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美국민들에겐 그 상처를 돌아볼 준비가 안 된 듯 하다.

역시 흥행에서 적신호가 켜지는 바람에 잊혀질 공산이 있지만 대니 보일이 연출한 [스티브 잡스 Steve Jobs]의 음악을 만든 다니엘 펨버턴의 솜씨도 잊혀져선 꽤나 아쉬울 듯 하다. 이미 또 다른 흥행 실패작 [맨 프롬 엉클]의 음악을 맡은 바 있는 그는 거기에서도 솜씨 좋은 빈티지 스코어를 완성한 바 있는데, [스티브 잡스]에서도 역시나 독특한 감성을 사운드로 잡스의 생애에 대한 놀랄법한 영롱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고전적이고 클래식컬한 관현악 사운드도 일품이지만 IT업계에 있었던 인물에 대한 상징성 덕분에 반짝이는 일렉 사운드를 위주로 풀어내는 큐들은 라이트 콜라를 마신 다프트 펑크 사운드 같다.

상대적으로 올 한해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들이 다소 부진한 편인데, 그나마 이를 만회해줄 만한 건 픽사의 겨울 라인업 [굿 다이노 The Good Dinosaur(한글 제목이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지만)]가 아닐까 싶다.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오스카를 거머쥔 바 있는 캐나다 태생의 작곡가 마이클 대나와 그의 동생 제프 대나가 함께 한 작품으로, 그들의 첫 애니메이션 음악이지만 영화음악 외에도 월드 뮤직과 뉴에이지 등 여러 인스트루멘탈 장르를 통해 자연에 대해 역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피력한 바 있는, 또 내공을 쌓아온 바 있는 그들이기에 기존의 디즈니표 극장판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었던 작곡가들과는 또 다른 인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된다.

사실 2015년 헐리우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보폭을 보인 작곡가를 뽑으라 한다면 단연 마이클 지아치노를 고르겠다. 그는 올해 두 편의 대참패작과 두 편의 대흥행작을 낳았다. [쥬피터 어센딩]과 [투머로우 랜드]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쥬라기 월드 Jurassic World]와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이 후자에 속한다. 특히나 후자의 두 편은 여름 시즌 거의 동시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에 1-2위를 나란히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쥬라기 월드]가 존 윌리엄스 토대 위에 쌓여진 스코어라는 점에서 다소 인색한 평가를 받았다면, [인사이드 아웃] 역시 픽사의 여름 시즌 사운드트랙으론 희미한 편이 아닌가 평가절하 당한 경향이 있다. 따라 후보군에선 다소 밀릴 것으로 보여 지는데, 그럼에도 지금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작곡가가 누군지 여실히 보여준 활약이 아니었나 싶다.  

그 외에도 대니 엘프만과 데이비드 O. 러셀이 세 번째로 만나는 [조이 Joy]와 윌 스미스의 열연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컨쿠션 Concussion]의 음악을 맡은 제임스 뉴턴 하워드, 그리고 한스 짐머가 조니 마와 공동으로 음악을 담당한 [프리쉴드 Freeheld]도 깜짝 후보들이다. 이들은 모두 오스카를 비롯한 시상식들이 아주 좋아하는 단골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식을 줄 모르는 화성인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인상적인 디스코 삽입곡들에 밀려 잘 떠오르진 않겠지만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가 매만진 [마션 The Martian]도 깜짝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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