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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k May 10. 2020

마케팅을 하고 싶은 취준생에게

마케팅을 아주 조금 경험해 본 사람이

얼마 전 마케팅 직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학생인데 마케팅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마케팅 업무와 잘 맞을 것 같다고.

나 또한 아직 몇 년 안된 마케터지만, 그럼에도 이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기에, 그때 했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정말 마케팅이 맞아?

마케팅은 사실 전공 불문, 경력 불문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케터를 꿈 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마케팅을 좋아하고 꽤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블로그에 제품 리뷰를 쓰는 게 좋아요." "저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요.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게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올리고 좋아요가 많이 눌리면 기뻐하는 것도, 마케터의 마음과 어느정도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내가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면 그 의견에는 회의적이다.

마케터가 되고 싶은 대다수의 취준생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절대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대상)'이다. 마케팅 이론에서는 흔히 이를 소비자라 부른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나의 제품/서비스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광고/PR/브랜딩/이벤트 등 다양한 요소가 있고, 그 성과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저는 OO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라는 일방향적 이유가 나오면 안 된다. 만약 당신이 '한 제품을 인스타를 통해 소개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았다고 해보자. 그래서 그 제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력을 느낄 만한 포인트를 정리했고, 그 포인트를 인스타그램 이미지로 잘 설명해주니 사람들이 댓글로 질문하면서 뜨겁게 반응해주었다. 이 때,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험이 좋았고, 내가 생각한 매력 포인트가 소비자들에게 잘 작용한 것 같아 너무 좋았다'라는 경험 정도는 말 할 수 있어야 마케팅을 좋아한다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에 필요한 역량과 자격증은 없다.

마케터/광고업계에서 일 하려면, 어떤 역량과 자격증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나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일을 하면서 대학교 때 배운 지식을 사용한 적은 거의 없다.(한 번도 없다고 쓰려다, 기억 안 나는 한 번은 있었을까봐..) 앞서 말했듯이 마케터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인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자격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자격증을 공부할 시간에, 차라리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비자는 책에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책에서 정말 많은 지식을 얻었고, 이론을 얻었고,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진짜 소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보통 소비자로부터 나온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폰을 보는게 아니라 사람을 구경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고, 거기에서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있다. '아, 젊은 남자들은 다 모바일을 가로로 들고 있네,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구나. 반면에 여자들은 다 세로로 들고 있네, 인스타를 더 많이 해서 그런가' 이런 근거없는 상상일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사람을 관찰하는 법, 즉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마케팅에는 훨씬 중요하다.


자소서를 쓰게 된다면, 본인만의 관점이 드러나야 한다.

유튜브/블로그 경험도 좋고, 마케터가 되기 위해 했던 여러 활동들을 적는 것도 좋다. 그런데 내가 취준생이라면, 그 공간에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글을 한 글자라도 더 적고 싶을 것 같다. 사실 나보다 SNS를 더 잘 운영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내로라 하는 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한 친구들은 널렸다. 그러니 자소서에는 본인의 관점을 적길 바란다. 제품/서비스를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 예를 들어 '저는 모든 제품/서비스를 user-friendly라는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좋았던 서비스 경험은 OO입니다.' 이런 식의 문구가 저는 훨씬 본인을 잘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읽는 사람이 그 관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말 잘 써야겠지만.

아니면 좋아하는 브랜드를 적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 좋아하는 브랜드가 없다면, 꼭 3~4개는 만들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5가지 정도는 있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프라이탁'을 좋아한다. 우선 방수포를 활용했기 때문에 정말 튼튼하다. 그리고 세상에 나랑 똑같은 가방이 없다. 새 것도 중고같은 사용감이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세월이 좋다. 이 가방을 들고 다니기만 해도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좋다. 그래서, 나는 '프라이탁'이 좋다." 정말 브랜드를 좋아한 경험이 있어야, 그 사람이 마케팅하는 브랜드도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면, 꼭 브랜드를 제품/서비스에 한정 짓지 않아도 된다. '서울'이라는 도시도 브랜딩을 한다. 하다 못해 '자기 브랜딩'이라는 것도 있다. 마케팅을 너무 멀리 있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싫어하는 제품을 자기소개서를 위해 억지로 좋아하려 들지도 말았으면 한다. 다 티가 나게 되어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내가 살고 있는, 내가 매일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고, 내 취향이 되고, 면접관에게 나를 각인시켜줄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다.


이 글은, 가볍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쓴 것이 아니다.

만약 마케터/광고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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