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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Feb 04. 2024

미술감독이 된다는 것

드라마와 영화, 혹은 팀마다 느껴지는 차이들

영상작품에서 미술감독은 미술 부분을 책임지는 디자인 책임자이자 프로젝트 매니저에 가깝다. 그래서 ‘미술감독’이 ‘된다’는 말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직업이라기보다는 직무의 느낌이랄까? 직업은 세트디자이너이고, 어떤 작품에서 “미술감독”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예로 감독이 아니라, 연출자라는 말이 직업에 가깝게 느껴진다.)


어쨌든 일을 아무에게나 맡기지는 않으니, 미술감독 업무를 맡고, 어느 정도 필모가 있다면 미술감독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연출자들이 조연출로 시작해 여러 작품으로 경력을 쌓고, 처음으로 메인 연출자가 되는 것을 “입봉”했다고 하듯이, 우리도 처음 미술감독을 할 때 “입봉”했다고 한다.


회사마다, 업계마다 “미술감독”이라는 호칭은 쉽게 붙이기도, 어렵게 주어지기도 한다. 대학 동아리에서 단편영화 미술감독을 했다고 해서, 직업을 미술감독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미술감독으로서 인정할만한 필모가 없다면, 본인이 그렇게 소개한들 인정받지 못할 거란 얘기다. 입봉을 한 지 2-3년 차인 나 역시 대단한 필모를 갖고 있지 않지만, 꾸준히 드라마 미술을 하고 있고, 내 일을 좋아하기에, 나를 소개할 때 "미술감독 ㅇㅇㅇ입니다." 말하곤 한다.


영화 쪽에서 미술감독은 ’프로덕션디자이너‘라고도 하는데, 내가 소속된 방송국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전체 프로덕션에 관여하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나는 세트 디자인과 그래픽, 로케이션 드레싱 위주의 미술 위주로 업무를 진행한다. 연출자와 자주 소통하다 보니 세트 이외의 미술적인 부분(씬의 분위기나 소품, 의상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지만, 미술감독이 최종컨펌하는 부분은 아니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방송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팀이 세분화되어 자리를 잡았고, 각 팀 스태프들이 연출자에게 직접 컨펌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인 것 같다.


요즘은 ott드라마가 활발해지며 미술팀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술 스태프들이 섞이고 있기에, 영화/드라마의 구분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팀바이팀으로 미술감독에게 원하는 업무 영역이 다르고, 경력이 있는 미술감독이라면 좀 더 포괄적으로 미술 부분에 신경써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다양한 팀들과 더더욱 소통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작품은 여러 사람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십시일반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소통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 나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연출자에게 더 좋은 의견을 줄 수 있도록, 나만의 전문성과 미적 감각을 키우는 게 요즘의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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