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좋아하는 다섯 글자.
그리고 일을 하며 잘 풀리지 않을 때, 속으로 되뇌는 말이다. 자문자답 형태로 속으로 중얼거리곤 한달까…
-이 공간에 어떤 콘셉트를 메인으로 잡아야 할까?
‘찾게 될 거야.’
-그가(혹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어.
‘찾게 될 거야.’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없나?
‘찾게 될 거야.’
2.
이렇게 중얼거리고 나면 조급한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도 있지만, 실제로 찾고자 했던 것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계단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 중이었다면, 길을 걷거나 친구를 만나러 간 카페에서도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일단 질문을 던지고 나면,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일까? 머리 한편에 ‘이러이러한 걸 찾아야겠다’는 명령어가 입력된 것처럼, 시간이 지나더라도 나는 정말 뭔가를 찾아내곤 했다.
생각해 보면, 드라마 미술을 하는 내게 삶과 공간에 대한 힌트와 자료는 주변에 널려있을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하는 일은 결국, 주변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수집해 온 이미지들 속에서 ‘이번에는 이런 걸 해봐야겠다,’ ‘이 공간에는 이게 어울리겠다.’ 따위의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디테일한 디자인보다도, “이미지”와 “콘셉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3.
글을 쓰는 이유도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은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다. 재작년부터 네이버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두서없이 올리곤 했는데 참 좋았다.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면, 그것 자체로 즐거워진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
내 일과 삶에 대해서, 내가 추구하는 바는 이렇다: 일하는 시간이 내게 놀이가 될 수 있고, 노는 시간이 일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 내 일이 좀 빡세긴 하지만… 다행히도 이건 가능할 것 같다. 어차피 미술에는 정답도 없고, 내 인생의 경험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