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워크 플로우가 체계적이어야 하고, 각 프로세스마다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해서 일을 마쳐야 한다. 이 생각은 전부터 해온 거라, 내가 생각하는 작업 프로세스를 문서화하고, 계획과 실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록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분업해야 한다. 이 부분이 어렵고 요즘 고민되는 부분이다. 내가 책임자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챙겨야 하지만, 다양한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짓수의 일을 모두 챙기는 것이 힘들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가능하면, 여러 가지 일들이 다양한 단계로 쪼개어 진행되지 않도록, 쳐낼 수 있는 일은 먼저 완료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단계에서 내가 직접 디자인을 수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일을 시킬 때, 작업방식을 (내가 수정하기 용이하도록) 내게 맞추도록 하는 게 편하다.
-일을 뿌리고, 진행시키고, 확인 및 수정하는 과정이 여러 레이어로 진행될 경우, 뭐 하나 제대로 진행이 안된다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뭘 제일 먼저 끝낼 것인지. 가장 중요하고 위급한 것을 위해서, 누군가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하려기보다는,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업무를 원활하게 하는 것 같다.
-분업 방법 중 하나는, 내가 그림(도면)을 그리고, 그것을 3D, 구체화하는 것을 팀원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3D를 보고 이상한 부분을 수정하고 발전시키면 되는데, 어떨 땐 그리는 것보다 수정이 더 오래 걸린다.
그 이유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복잡하거나, 아이디어가 부족하거나(혹은 기존의 좋은 아이디어들을 다시 떠올리지 못하거나), 공간의 높이나 폭 같은 사이즈를 결정하기 어려워서이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복잡한 경우는, 대본을 다시 보거나 연출자와 상의하면 오히려 해결이 된다. 남은 두 가지는 내가 해결해야 하는데, 아이디어 싸움, 건축&디테일적인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일을 빨리 하려면, 내가 수집한 자료와 아이디어들을 잘 정리하고,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자료를 콘셉트별로 잘 정리해 두는 것은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다.
-도면을 고민하지 않고 빨리 그릴 수 있도록, 건축적인 디테일, 사이즈에 대한 감이 좀 더 디테일해져야 한다. 건축 인테리어에 관한 공부를 틈틈이 해야 하는 이유다. 종이 위든 아이패드든, 일단 그림만 제대로 그려내면 일을 뿌리는 건 금방 할 수 있다.
-때로는 이게 좋을지 저게 좋을지 머릿속으로 고민하느라 선 하나 긋는 일, 마감재 하나 고르는 일에 오랜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뭐가 되었든 그림으로 그려져야, 고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데, 가장 좋은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싶어 그 모양이다. 그러지 말고 뭐든 그려보자. 남은 일은 다른 사람들과 상의하며 발전시켜 보자.
-미술감독으로 일하다 보면, 내가 명확하게 결정한 사안들, 분명하게 도면으로 지시한 일들은 놀라울 정도로 수월하게 진행이 된다. (예외가 있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내 고민이 끝나지 않아서 모호한 체로 진행되거나 유예한 일들은 후배 디자이너나 작업자들을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든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더 부지런히 고민해서 명확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은 결국 선택을 하는 일이다. 선택의 결과에서 디자이너의 역량과 감각이 보이며,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