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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istan Aug 17. 2019

사랑, 그리고 연애라는 쌍무 계약

연애는 계약이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여자 이성애자고 나는 남자 이성애자다. 이 점이 우리 둘 사이의 프로토콜을 친구에서 연애로 바꾸라고 나를 충동질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감정의 폭풍속에서도 내 원칙을 잃지 않는다.


 연애라는 프로토콜로 전환하면 내가 얻은 이점은 더 폭넓은 그녀의 삶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다. 연애의 가장 좋은 권한은 배타적 독점권이다. 특정 행동들에 있어서 그녀는 결코 나 외에 다른 남자와 그 특정 행동들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성친구가 많은 사람은 이 계약 조건으로 인하여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므로 상대 계약자는 이 지점에서 상대에게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이득을 주어야한다. 


 연애에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 연락 의무, 스킨쉽 범위에 대한 의무와 책임 등 수많은 부가 조건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계약서가 거의 실제로 씌여지는 걸 본 적은 없다. 서로 사회적 통념에 의거해 초안을 잡고 세부 규정은 구두 계약으로 결정한다.


 연애라는 계약의 목적은 사랑이다. 이 계약은 두 사람간의 사랑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물론 사랑은 이 계약에 독립적이다. 연애를 해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한다고 사랑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연애가 사랑을 잘 구현해낼 때 삶의 의미가 온전히 구현된다.


 내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이 연애라는 계약의 권리의 달콤함에 가려진 그 달콤함만큼이나 무거운 의무를 외면한다. 연애는 계약이고 계약은 파기될 경우 잃을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쌍무 계약을 통해서 내가 조건을 어기면 댓가를 치르고 종국에 신뢰를 잃으면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 서로 신뢰를 가지기만 한다고 계약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을 파기할 경우 잃는 손실이 파기할 경우 얻는 이득보다 작을 경우 계약은 파기된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거나, 그녀의 남친이 매력을 상실하여 솔로의 자유가 더 큰 이익을 줄 때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연애의 계약적 측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 물질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손실의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하여 계약의 신뢰성를 높이려고 한다. 상대를 물질적인 공급에 중독되게하고 사회적으로 널리 관계를 알려 파놉티콘의 감옥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도가 지나칠 경우 연애에 성공하고 사랑에 실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지는 피로스의 승리같은 연애는 실패다.


 그렇다면 건강한 연애란 무엇일까? 결국 건강한 연애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가장 잘 구현하는 계약이행이다. 그리고 그런 연애는 우선 서로 평등해야한다. 연애라는 쌍무 계약에서 한사람이 현격히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연애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서로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연애에서 무슨 사랑이 있겠는가? 이런 연애는 의존과 집착으로 변질되기 쉽다. 서로 평등하다는 것은 계약 불이행의 손실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즉, 그녀가 나를 떠날 때 느낄 고통이 내가 그녀를 떠날 때 그녀가 느낄 고통과 비슷해야한다. 물론 시작할 때는 조금 무리한 계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약을 유지하고 싶다면 최대한 서로의 예상 손실 수준을 비슷하게 맞춰야할 필요가 있다. 시작할 때는 한 사람이 더 많이 좋아할 수 있지만 그녀가 나를 더 좋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가다가는 그녀가 매력이 없어질 수 있다. 내가 빠르게 가고 싶다면 그녀도 빠르게 가도록 노력해야한다. 나 혼자 매력을 넘치게 가지고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이면서 항상 그대로인 여자친구과 연애할 수는 없다. 그녀도 그녀의 매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손실 규모를 비슷하게 맞추어야한다. 그럴 수 없다면, 그리고 상처주기 싫다면 빠르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


 나는 아직은 내가 사랑하는 그녀와 손실규모를 맞추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녀와 나의 연애라는 계약의 신뢰도는 CCC 정그본드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누가 아는가? 아직 나는 젊고 나는 내가 목표한 것은 반드시 얻어낸다. 혹자는 내가 너무 잔인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건들을 무시한 사랑은 어리석은 낭만이고 현실적 조건을 견디지 못하는 사랑은 나약한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은 냉험한 현실속에서 지혜와 강인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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