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는 후회가 아닌 전진이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 미용실에 가기 위해 학교 근처에 갔다. (나는 아직도 머리를 자르러 학교 근처로 간다.)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친구들이 보인다. 코로나 이후 거의 3년 만의 제대로 된 개강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이런 광경이 오랜만이라 내가 한 번에 3살을 더 먹은 느낌이다. 이날은 마침 만우절이라 교복을 입은 새내기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온다. "아... 부럽다"
밤에 친구와 카톡을 하다가 오늘 학교에 갔다고 말했다. 아직 대학원생인 친구라 그 녀석도 만우절을 즐기는 학부생들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부럽다고, 그리고 군대를 다시 가도 좋으니 스무 살로 돌아가게 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와 친구는 20대를 충분히 열심히 살았지만 뭔가 더 알차게 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친구가 말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40살에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살자.
맞는 말이었다. 로또번호를 알아서 가거나, 코인/테슬라가 떡상할 거라는 정보를 미리 아는 것 말고는 별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없었다. 그 외에 꼭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과거로 돌아간다면 인생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과거의 삶에 대해 남아있는 약간의 아쉬움이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되어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그 감정을 바꿀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후회와 아쉬움의 조각도 분명 맞춰야 한다.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약간의 후회와 아쉬움이 있을 테니, 그때마다 "오늘은 더 후회 없이 살자"를 반복적으로 작심삼일하며 지혜롭게 조각을 맞춰가는 것이 나에게 이로울 것이다. 아마 이 글을 브런치에 담겨 두었기 때문에, 나는 마흔 살이 되어 오늘을 돌아볼 때, 조금 덜 아쉬워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갓생살자'는 얘기를 친구들과 많이 한다. 나는 하루를 보람차게 마치고 되돌아볼 때 '오늘 갓생살았다'라고 한다. 오늘의 갓생 여부는 오늘의 내가 판단한다. 그리고 갓생의 징표인 뿌듯한 감정은 블록체인 마냥 뇌 어딘가에 남아서, 미래의 내가 과거를 후회하려고 할 때 그것을 억제해줄 것이다.
이 글을 올리고 자면, 내일은 월요일이다. 나도 아래 스펀지밥을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
하지만 월요일이라고, 막살았을 때 후회의 감정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 월요일 기념으로 오늘도 갓생 작심삼일을 해보려고 한다. 3일도 안되서 포기했다고? 그럼 매일 작심일일을 하면 된다.
월요일부터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오늘 하루 갓생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