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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Apr 04. 2022

스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마흔에서 왔다고 생각하자.

우리 삶에는 후회가 아닌 전진이 필요하다

인생에 단 한 번의 아쉬움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 생각에는 없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아쉬운 상황에서 '아쉽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진짜 아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인 것 같다.


지난 금요일, 미용실에 가기 위해 학교 근처에 갔다. (나는 아직도 머리를 자르러 학교 근처로 간다.)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친구들이 보인다. 코로나 이후 거의 3년 만의 제대로 된 개강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이런 광경이 오랜만이라 내가 한 번에 3살을 더 먹은 느낌이다. 이날은 마침 만우절이라 교복을 입은 새내기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온다. "아... 부럽다"


밤에 친구와 카톡을 하다가 오늘 학교에 갔다고 말했다. 아직 대학원생인 친구라 그 녀석도 만우절을 즐기는 학부생들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부럽다고, 그리고 군대를 다시 가도 좋으니 스무 살로 돌아가게 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와 친구는 20대를 충분히 열심히 살았지만 뭔가 더 알차게 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친구가 말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40살에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살자.


우리는 사실 40살에서 돌아와 29살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로또번호를 알아서 가거나, 코인/테슬라가 떡상할 거라는 정보를 미리 아는 것 말고는 별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없었다. 그 외에 꼭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과거로 돌아간다면 인생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과거의 삶에 대해 남아있는 약간의 아쉬움이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되어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그 감정을 바꿀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후회와 아쉬움의 조각도 분명 맞춰야 한다.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약간의 후회와 아쉬움이 있을 테니, 그때마다 "오늘은 더 후회 없이 살자"를 반복적으로 작심삼일하며 지혜롭게 조각을 맞춰가는 것이 나에게 이로울 것이다. 아마 이 글을 브런치에 담겨 두었기 때문에, 나는 마흔 살이 되어 오늘을 돌아볼 때, 조금 덜 아쉬워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갓생살자'는 얘기를 친구들과 많이 한다. 나는 하루를 보람차게 마치고 되돌아볼 때 '오늘 갓생살았다'라고 한다. 오늘의 갓생 여부는 오늘의 내가 판단한다. 그리고 갓생의 징표인 뿌듯한 감정은 블록체인 마냥 뇌 어딘가에 남아서, 미래의 내가 과거를 후회하려고 할 때 그것을 억제해줄 것이다.


이 글을 올리고 자면, 내일은 월요일이다. 나도 아래 스펀지밥을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나는 싫다

하지만 월요일이라고, 막살았을 때 후회의 감정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 월요일 기념으로 오늘도 갓생 작심삼일을 해보려고 한다. 3일도 안되서 포기했다고? 그럼 매일 작심일일을 하면 된다.


월요일부터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오늘 하루 갓생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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