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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Dec 18. 2023

안녕하세요,
취미 없는 직장인입니다.

무기력함이 촉발한 취미활동의 부재에 관하여

근데 직장인들은 퇴근하면 보통 뭐 하세요?
아, 유튜브 보는 거 말고 다른 거는 뭐 안 하세요?


일터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우리는 능동적으로 시간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잠이든 사랑이든 사교든 아니면 취미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뭐(아마도 취미)하냐'는 질문을 참 많이 한다. 다만 유튜브나 OTT 따위를 보는 일은 매우 흔하고 에너지레벨이 떨어지는 일로 치부되기 때문에(나무위키에 따르면 이것도 취미일지라도), 다른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하곤 한다. 요즘 나는 유튜브 시청을 제외하면 취미가 없다. 하지만 그것에 그다지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 다만 어떤 취미에 굉장히 몰두하는 지인들을 보며 '저 사람은 어떻게 저리도 열정적으로 취미생활을 할까?'정도의 생각만 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나는 취미가 딱히 없는 지금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나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8월쯤 다리를 다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나름 달리기나 하체운동을 할 수 없는 정도의 부상을 끊었다. 당연히 여름에 하던 달리기/걷기/하체운동을 할 수 없었고, 원래도 억지로 나가고 있던 헬스장을 더욱 안 가게 되었다. 사실 상체 운동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그냥 이걸 빌미로 안 하게 되었다. 마침 다리를 다친 후 얼마 안 되어서 코로나도 걸리고, 명절도 쇠고, 회사도 바쁘고, 해외출장도 가고 하며 몇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3달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서 나름 3년 정도 깔짝깔짝 운동하던 나의 습관을 바로 포맷해 버렸다. 그렇게 운동이라는 취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남겨진 것이 결국 퇴근하고 유튜브를 보는 일이다. 부동산/경제/시사/교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 아쉽다. 아마 나는 운동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주는 활기나 자기 관리에서 오는 만족감을 꽤 느끼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공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는 일도 나름대로 알찰 수 있지만 삶을 단조롭게 만든다. 운동과 달리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어서, 나의 에너지 저장/사용능력을 점차 퇴화하게 만든다. 늘 30%의 에너지만 쓰다 보니 나는 100%를 할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나는 퇴화를 하고 있다. 꼬리뼈 같은 무기력한 인간이 되고 있다.


악순환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취미가 된다. 이 모든 것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없어서 뭔가를 하지 않을수록 더 에너지를 못 쓰게 된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법도 까먹고 그러려는 의지도 더 희미해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무기력함을 끊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취미에 대한 통찰

이제 새로운 취미를 좀 가져보려고 한다. 어디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멋진 취미'일 필요는 전혀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삶의 활기를 좀 더하고 싶다. 조건은 까다롭지는 않지만, 인터넷에서 본 저 문구의 말들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저 조건에 맞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최근 감정소모도 좀 없었고, 몸이 힘든 적도 별로 없었다. 영화나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소모할 수 있고,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러고 살았던 시절, 내 삶이 꽤 풍요로웠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참 신기하다. 무기력하다고 뭔가를 하지 않을수록 무기력해지고, 열정을 가지고 뭔가를 할수록 더 힘이 난다. 

 



그것이 무엇이든, 좋아하는 취미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애정과 시간을 쏟고 있는 사람들이다. 평소에는 그냥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슥슥 넘기며 '얘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했는데, 요즘 들어 그들이 달리 보인다. 더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 외에 사랑하는 걸 만들어봐야겠다. 혹시나 다음에 나를 만날 때 뭔가 활기차 보인다면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


요즘 새로운 취미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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