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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치매 신약

6월 7일, 미국 FDA의 아두카누맙(Aducanumab) 승인


2003년 메만틴 이후로 18년째 새로운 치매약의 도래를 기다려 왔는데, 기다림의 끝이 왔습니다. 또한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약물로 기억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이언스(Science)가 주요 과학 기술 트렌드로 주목했던 알츠하이머 신약인 항 아밀로이드 베타 단일 항체(아두카누맙, Aducanumab)가 주인공입니다. 드디어 미국 FDA가 6월 7일 아두헬름(Aduhelm)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승인을 하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올해 말에 승인될 예정입니다. 바이오젠(Biogen)에자이(Eisai)는 2017년부터 개발과 상업화를 위하여 콜라보를 진행해왔습니다. 에자이 제약 회사는 대표적인 기존 치매 약인 '아리셉트'로도 유명합니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삼는 항체입니다. 신약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첫째, 치매 약 중에서 최초로 Disease modifying drug라는 타이틀이 붙은 약입니다. 기존의 약들은 증상의 출현을 약간 늦추었지 병이 진행하는 것을 막지 못했으나, 아두카누맙은 병의 진행 기전 자체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차별화되기에 많은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한편으로, 자문위원회(Peripheral and Central Nervous System Drugs Advisory Committee) 전원이 FDA에 승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인된 약입니다.


https://brunch.co.kr/@gn20sep/25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병을 가진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치매가 없는 건강한 고령 환자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beta amyloid plaque)에 대항하여 싸우는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면역 세포를 찾은 것이 약물 개발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절대적인 원인 인자라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가 어려운 까닭

1.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병리 기전이 시작된다.

임상적으로 이 사람이 '환자가 될지 안 될지 판단도 안 되는' 먼 과거 시점에 이미 병이 시작됩니다. 뇌에 독성 아밀로이드 베 플라크 단백질 덩어리가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아밀로이드가 화학적인 변성 과정을 거치며 플라크 덩어리로 뭉쳐지고 쌓이는 과정을 흔히들 계단식 폭포(cascade)에 비유합니다. 거대한 폭포수의 흐름(최종 타우 플라크 단백질, tau plaque)을 막고 싶다면 계단의 꼭대기 시작점에서 물(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amyloid beta)이 떨어지는 것부터 막아야겠죠? 그 시점을 놓치면 뒤늦게 틀어막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 한참 이전부터 이 주사를 투여해야 하는 것이 딜레마입니다. 시작하면 평생 매달 투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겠죠. 또한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3상 임상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로 확진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바이오마커 확인을 위해 뇌척수액 검사와 핵의학 영상 검사(amyloid PET, tau PET)를 하였습니다.


2. 과연 치매의 원인이 '정말로' 아밀로이드일까? -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반발

이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20년 가까이 수많은 개발사들이 아밀로이드에 기반하여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는데, 그 시작부터 문제라면? 알츠하이머 원인이 아밀로이드가 아닌 다른 것에 있다는 가설과 근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알츠하이머 병리 기전의 주인공이 바뀌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별세포(astrocyte, microglial cell)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별세포는 신경세포가 아니고, 신경세포의 환경을 조절합니다. 별세포는 원래 스트레스에 저항력이 크고 손상을 입어도 회복이 잘 되었는데,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손상이 중첩되면 회복이 잘 되지 않습니다. 신경세포의 환경을 조절해주는 플레이어(청소부)가 아프면, 그 플레이어로부터 보호를 받는 신경세포도 손상이 되겠죠.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예민한 신경세포가 더 잘 아프게 됩니다.  


청소부인 별세포가 골골 대면 노폐물이었던 아밀로이드가 신경 세포 사이사이에 가득해집니다. 그럼 신경 세포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방해를 받습니다. 아밀로이드는 독성을 가지기에 면역 반응이 시작되고, 이 염증 과정으로 신경 세포가 더 손상이 됩니다. 별세포는 본인 능력의 한계치에 다다르고 과도한 활성화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severe reactive astrocyte)가 만들어집니다.


별세포는 아밀로이드를 분해하기 위한 도구로 효소(모노아민 산화효소 B, MAO-B)를 활성화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생성된 과산화수소가 중증 반응성 별세포를 만들어냅니다. 유도된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신경 세포를 더욱 손상시키고, 아밀로이드가 더욱 축적되는 것이죠. 아밀로이드를 아무리 제거해줘도 일단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유도되면 비가역적으로 치매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아밀로이드만을 타겟팅해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는 것이죠. 따라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생성되는 과정을 목표로 하는 치료제의 개념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병인의 여전히 중요한 인자이고, 세포 부산물 등의 쓰레기들을 치워서 환경을 정화시키는 별세포(astrocyte, microglial cell)의 기능이 급부상되고 있습니다. 치매가 시작되기 전에 별세포가 조기에 아밀로이드 플라크 단백질을 처리할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지요. 아두카누맙은 이런 면역 반응을 유발하여 Microglial cell이 적절하게 아밀로이드를 감지하여 처리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을 투여할수록 더 효과적으로 병인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 고용량은 특정 유전자 그룹에서 뇌부종을 유발할 수 있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뇌부종이 잘 생기는 유전자 APOE4에서 약의 효능이 더 좋다는 모순도 있습니다.


만약에 아두카누맙 시판 후의 데이터에 따라 약 자체의 역할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진다면, 남은 문제는 질병이 시작되기 전에 조기에 조짐을 찾아내어 투여를 시작할 수 있느냐 입니다. 그래서 치료제 연구의 다른 한 축에는 조기 발견 바이오마커(biomarker) 개발이 있습니다.  




# 미국 FDA의 고민과 논리

사실 아두카누맙은 3상 임상에서 1차 지표(primary endpoint)와 2차 지표 모두 유의미한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직 아두카누맙이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이득을 줄 거라는 유의미한 통계적 증거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자문위원회에서 전원 승인 반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하위 분석 결과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환자 보호자들과 진료 현장의 기대가 너무나 컸던 약입니다.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떠나) 워낙 치매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약과 대안이 없는 마당에, 승인이 되면 이 약을 쓰고 싶은 마음이 우선입니다. 기대가 어마어마한데, 통계적 적합성만 가지고 철퇴를 놓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FDA가 승인을 한 기준은 대리 표지자(surrogate endpoint)인 아밀로이드 플라크입니다. 아두카누맙의 용량과 복용 기간에 비례하여 아밀로이드가 감소한다는 것이 일관되게 확인된다고 판단의 근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감소한다면 결국 임상적으로도 인지 기능의 감퇴를 늦출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말 그대로 아밀로이드 표지자가 임상 증상 지표를 '대리'하여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지금까지 제왕의 자리에 있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여전히 지지하면서도(보수적 논리), 방법론적으로는 혁신적인 길을 택하였습니다. 전통적인 승인 기준은 대리 표지자가 아닌, 1,2차 지표입니다.


# FDA의 가속 승인 과정(Accelerated Approval pathway)

워낙 알츠하이머 치매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질병이며, 20년 가까이 신약이 실패한 것에 대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가 절실한 배경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리스크보다는 이득이 선회한다고 판단을 하여 가속 승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와 원격 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FDA는 혁신적인 심사기준을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 기관이 업계보다 더 혁신적이라고 실리콘벨리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이지요. 이런 맥락의 연장선인 것 같습니다. 통계적인 대원칙을 엎는 게 혁신이냐고 비판하는 전문가도 있을 수 있겠고, 갈수록 신약 개발 과정에 드는 어마어마한 투자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여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규제 방식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그룹도 있겠습니다.


# 산 넘어 산, 남은 문제들

FDA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새로운 규제 기관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남겼지만,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임상 3상에서 1,2차 지표가 아닌, 3상 하위분석 결과와 2상 결과만을 가지고 승인을 하였기에 관련 업계가 이를 계속 붙잡고 늘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아밀로이드 가설만이 유일한 병인이 아닐 수도 있는데 개발자들이 거기에 계속 매달릴 수 있습니다.  


시판 이후의 상황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이득이 있을 것인지, 환자의 예후가 어떨 것인지 증명해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개발사는 4상 임상(post marketing surveillence, PMS)의 결과를 통해 다시 컨펌을 받아야 하고, 만약 4상에서 효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FDA의 마음은 무겁고 책임감이 클 것입니다.


가성비도 큰 문제입니다. 매달 1회씩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감, 1회 주사 가격(4312달러)을 감안하면 1년 비용이 수천만 원인데 누가 감당할 수 있을지, 허가 조건으로 뇌부종 확인을 위하여 자주 MR을 추적 확인해야 한다는 비현실성 등 산적한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빛을 보는 치매 신약에 대한 애정 있는 주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 문헌>

1. https://www.dzne.de/en/

2. https://www.zora.uzh.ch/id/eprint/130301/

3.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9323

4.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2484547

5. https://alz-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lz.12213

6.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11801

7. https://www.fda.gov/drugs/news-events-human-drugs/fdas-decision-approve-new-treatment-alzheimers-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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