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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약을 먹어도 왜 치매가 진행되나요?

치매 예방약은 모든 이들의 염원

추정 치매 환자 수 81만 명, 추정 치매 유병률 7.2% (60세 이상), 치매 관리 비용 2조 6천억
(2020년 9월 중앙치매센터 데이터)


치매를 관리하는 의사 입장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수치는 중증도별 구성인데, 경도 치매 비율은 대략 60%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며 적절한 care를 받을 경우 중증도로 진행하는 것을 3-5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는 비율이니 치료의 효과가 가장 좋은 시기이죠.


경도 치매 환자의 경우 기억 장애와 함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지만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중증 치매에서는 기억 장애 이외에도 망상이나, 판단력 장애 등이 동반되어 보호자들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부터 환자분들의 삶의 질이 극도로 떨어지고 치료 순응도가 나빠지며 보호자들의 물리적, 경제적, 심적 부담이 가중됩니다.   

아직 친구 모임 등의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익숙한 업무와 취미 생활이 가능하며, 병식이 좋아 치료의 순응도가 가장 좋은 시기에 내원한 환자분이 기억납니다. 따님의 코치에 따라 처방된 치매약을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고 어학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여, 치매 증상과 검사 결과가 3년째 진행 없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도 분명한 기억 장애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치매 검사를 진행하는데, 이런 분들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 아밀로이드 핵의학 스캔, 신경 심리 검사 결과 등으로 판단하는데 가능한 한 빨리,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약을 처방하기 시작합니다. 환자분들이 순응하는 정도에 따라 적절한 수준으로 용량을 올리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의료 보험 커버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교과서적으로 처방을 하지 못하는 현실도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Yes!라고 해도 심평원에서 보험 재정상 No! 하는 경우가 있어 소신 있게 처방하지 못하는 걸 환자분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의사들이 속앓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매우 경미한 초기 단계인데도 치매약을 통해서 병의 진행을 막지 못할까요?

 

기억 장애, 인지 장애라는 증상을 호소하기 10여 년 이상 전부터 병은 시작되었습니다. 증상이 없으니 미리 알아내기 만무하죠. 10년 전부터 뇌 척수액에서 치매 원인 물질이 떠다니고 뇌에 침착이 된다니, 소름 끼치고 절망적인데요, 그래서 수많은 치매 연구에서 증상 이전에 미리 screening 하기 위한 tool에 관해서 연구하고 상용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MRI 상에서 뇌가 쪼그라드는 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치매 원인 물질이 상당기간 침착된 이후의 일이죠. MRI를 건강 검진에서 열심히 촬영하는 게 치매 예방책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되도록 빨리 진단해서 치료와 관리를 빨리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 조기 개입을 통해 경미한 투병 기간을 최대한 늘려 3-5년 정도 시간을 벌어주는 것입니다. 흔히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처방받아 드시는 뇌기능 개선제는 치매약과 함께 써야 의미가 있으며, 뇌기능 개선제 단독으로 복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치매약을 모든 경도 치매 환자에게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길도 순탄치 않습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메스껍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어지러울 수 있어 약을 먹고 싶어도 복용을 포기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소화기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니고, 약이 뇌에 작용해서 생긴 부작용이라 메스꺼움을 줄이는 약도 도움이 안 됩니다. 약을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약의 흡수 속도가 느려지면서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약간 경감될 수 있습니다.



2003년에 메만틴이라는 치매약이 나온 지 17년이 지났습니다. 17년째 새로운 치매약을 고대하고 있지요. 사이언스(Science)가 최근 2020년 한 해의 주요 과학 기술 트렌드 13개를 예측해 공개한 것 중 하나가 알츠하이머 신약입니다. 항 아밀로이드 베타 단일 항체(아두카누맙, Aducanumab) 한 가지가 임상 3상을 끝내고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삼는 항체입니다.

만약 승인이 된다면 치매 약 중에서 최초의 Disease modifying drug라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기존의 약들은 수년간 증상을 완화시키되 병리가 진행하는 것을 막지 못하나, 아두카누맙은 병의 진행 기전 자체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차별화되기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병의 진행 과정을 막을 수 있는 약이 없다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0여 년 전부터 병이 시작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책은 없을까요? 무엇이 우리의 뇌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유일하게 증명된 첫 번째 예방책은 운동입니다. 약을 처방받듯이 운동을 스스로에게 처방하여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지요. 1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시행한 결과, 기억 중추인 해마의 크기가 증가하고 기억력이 향상됨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달리기, 자전거, 수영, 빠르게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권하지만 평상시 활동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머리를 쓸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래서 러닝 머신을 하면서 인지적 활동을 겸할 수 있는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매번 익숙하게 했던 운동이 아닌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면서 인지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겠습니다.


죽기 전까지 치매 증상이 없던 사람들의 사후 뇌 부검 결과에서 1/3 가까이에서 이미 치매 병리 현상이 보였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습니다. 1/3에서 치매가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 병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증상이 없으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냥 안고 살아가면 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뇌의 가소성은 남아있습니다. 뇌가 멈춰서 퇴행하는 길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고, 나이와 역행하여 뇌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희망고문이 아니고 팩트입니다.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인지 활동을 활발히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꼭 거창하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고립된 삶을 피하세요. 사람들과의 관계의 질에 신경을 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커뮤니티에서 취미 생활을 같이 하면서 서로의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또 잘 들어주는 과정이 치매를 예방하는 훌륭한 인지 활동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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