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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Dec 07. 2021

가진 건 없어도 돈 관리는 필요해 : 미스페니

#PEOPLE

무소식은ㅡ

무중력지대 성북을 기점으로 사람·커뮤니티·장소 등 주체적 청년 생태계 소식을 담아냅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당연한 것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무소식 4호 : PEOPLE


안 벌어도 없고, 벌어도 없는 '돈'. 어떤 이유로 우리는 늘 과소비를 하고 절약에 실패하는 걸까요? 나 다운 삶을 살기 위해 '돈 관리'가 왜 필요할까요? 『나의 첫번째 머니 다이어리』의 저자이자 생활경제상담사로 활동하는 '미스페니'(진예지)를 만나 '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생활경제상담사와 작가로 활동하는 ‘미스페니’입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경제 상담, 경제 교육,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하고 있어요. ‘푸른살림협동조합’ 소속으로 청년들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돈 관리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독립에 관한 에세이도 쓰고, 경제 상담을 해주는 칼럼을 쓰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에서는 삶과 경제생활을 엮어 그림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미스페니’라는 별명은 언제부터 사용하셨고 무슨 의미인가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용한 별명이에요. 페니라는 게 ‘작은 동전’을 의미하잖아요. 그래서 엄청 큰돈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작은 돈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보통 돈 이야기를 할 때 ‘미스페니’로 많이 활동해요.


‘푸른살림협동조합’은 어떤 단체인가요?

‘푸른살림협동조합’은 경제 상담, 경제 교육을 하는 강사 협동조합입니다. 프리랜서가 함께 모여서 교육과 상담을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공부도 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돼요.


‘푸른살림협동조합’의 강의를 들으면 바로 강사가 될 수 있는 건가요?

돈 관리를 위한 일반 교육과, 상담사나 강사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양성 과정이 따로 있어요. 저는 때마침 열려 있던 강좌가 양성과정이어서 그걸 들었어요. 직접 해보니까 재밌고 저의 가치관과 맞기도 했죠.

생존경제워크샵의 스타트 키트


‘돈 관리’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미스페니가 생각하는 돈 관리란 무엇인가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돈 관리’란, 돈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알고 그것이 내 의도와 맞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더 사용하거나 모으는 것을 계획하고 가능하게 하는 것이에요. 통장에 찍히는 금액만으로 ‘나는 내가 얼마를 버는지 안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거죠. 지출도 그냥 뭉뚱그려서 ’어느 정도’가 아니라 어떤 항목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세분화해서 숙지하는 거예요. 그러면 느낌이 달라져요.

내가 정말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사용하고 있는지, 잘 사용하고 있는 부분과 그 반대의 경우는 무엇인지, 원치 않는 지출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더욱 내 의도와 맞는 방향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돈 관리인 것 같아요.


처음 ‘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돈에 대한 일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거든요. 사회생활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거 같아요. 처음엔 더 많은 돈을 벌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돈의 규모가 커진 만큼 나가는 건 많아지고 고민거리는 변함없는 걸 발견했을 때 이 악순환을 어디선가는 끊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악순환이라는 키워드가 공감이 가요. 돈 관리를 실행한 뒤에 잘했다 싶은 게 구체적으로 있었나요?

옛날에는 돈을 쓸 때도 마음이 불편하고 안 쓸 때도 불편했어요. 그런데 이젠 스스로 예산을 정해놓고 ‘이런 부분에서 이만큼 투자하기로 했으니까 이건 쓰겠어.’처럼 미리 생각해놓고 안 해봤던 것에 지출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마음먹었으니 죄책감 없이 기분 좋게 쓰는 거예요. 안 쓸 때는 안 쓰기로 한 거니까 이걸 안 쓰면서 내일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안도하는 거예요. 이런 심리적 불안정이 없어지는 지점에 이를 수 있는 것 같아요.


돈 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전후로 체감하는 큰 변화는 뭐가 있을까요?

돈 관리를 일상적으로 습관화해나간 이후에는 날마다 내 돈을 체크해요. ‘내가 어떤 선택을 내렸고 그것의 결과로 지금 이런 상황이 된 것이구나.’ 등의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동안 돈에 끌려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크고 작게 여러가지를 누리면서 삶을 이끌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요. 그러면 ‘나만 못 해.’, ‘나만 내 삶을 못 누리고 있어.’처럼 그동안 갖던 억울함이 많이 사라져요. 내가 선택을 내려서 끌고 나가는 느낌, 내 삶의 주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경제 상담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나요?

가장 중요한 건 ‘장부 기록’이에요.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아는 게 핵심입니다. 왜냐면 청년 세대는 모아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투자할 돈도 없거든요.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돈 관리라 했을 때, 가계부를 제일 먼저 떠올리죠. 그런데 왜 가계부는 매번 실패할까요? 첫 번째로 애초에 돈을 아껴야겠다는 마음으로 가계부 쓰기 때문이에요. 도서관 가면 되는데 괜히 산 책, 친구랑 커피 마시며 쓴 돈, 경조사비, 이런 것들은 사실 다 이유가 있어서 쓴 돈이에요. 그런데도 아끼려는 의도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내 절약 시도의 실패의 결과물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죄책감으로 느껴지는군요.

그렇죠. 기분이 좋지가 않은 거죠. 그리고 지출만 보이니까 지출이 줄어드는 것 같지가 않고 기분만 나빠져요. 그러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내팽개쳐버리기가 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아끼기 위한 가계부가 아니라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관찰하는 ‘일기’를 써보자는 거예요. 그리고 무작정 나열하는 게 아니라 지출을 분류하고 정리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기본적인 고정비, 생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 조금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쓰는 활동비, 친목비, 꾸밈비,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기 위해서 쓰는 기여비, 차량비, 그리고 예비비 등등 항목의 밸런스를 잘 살펴보는 거예요. 마지막엔 기록을 보면서 기분 좋았던 소비,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별로였던 소비를 체크하는 거죠. 그러면 ‘아, 난 이런 데 쓰는 걸 좋아하고 만족스러워하는구나’ ‘이런 데는 참 아깝지가 않아. 이런 데 쓰려고 내가 돈을 버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남들이 좋다고 해서 썼지만 나한테 그다지 맞지 않는구나’ 하고 알 수가 있어요. 그러면 만족스러운 지출은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또 후회한 지출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방향으로 내 소비패턴을 바꿔나갈 수가 있겠죠.


그럼 미스페니의 최근 베스트 소비와 워스트 소비가 궁금하네요.

최근에 제가 택시 타는 걸 되게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날씨가 안 좋을 때 택시를 한 번씩 타니까 정말 삶이 쾌적해요.(웃음)


워스트 소비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약간 건강과 관련된 비용이에요. 누가 ‘건강에 좋다더라’, ‘어떤 영양제가 좋다더라’ 하면 좀 혹해요.(웃음) 그런 소비는 조금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경제 상담을 받은 분들의 후기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나요?

부채가 많고 소비하는 금액도 많았던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첫 상담을 마치고 1년 후에 다시 상담 신청을 해주셔서 그동안 어떤 것들이 변화됐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었어요. 근데 그분이 정말 훈련했던 걸 꾸준히 실천하시면서 부채도 다 상환하시고 어느 정도의 자산도 모으신 거예요. 제가 제공해준 양식을 이용해서 1년 동안 쌓았던 기록 같은 걸 보면서 되게 막 이 사람의 여정이 눈에 그려지고 눈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미스페니의 『나의 첫번째 머니 다이어리』


작가로서 에세이와 그림일기를 올리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 돈 관리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때그때 느낀 점을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어요.

초반에 ‘브런치’ 메인 페이지에 많이 소개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사람들도 많이 봐주고 공감을 해주니까 더 재밌어서 지속하게 됐던 것 같아요. 쌓인 글을 심화해 낸 책이 『나의 첫번째 머니 다이어리』예요. 


일상기술학교 '생존경제 워크샵'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무중력지대 성북과 함께 한 ‘생존 경제 워크샵’은, 청년들이 쉽고 효과적으로 돈 관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에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직접 참여해보는 방식의 ‘워크숍’으로 진행되었어요. 


'생존경제 워크샵'의 기획의도가 궁금해요.

투자나 재테크 측면보다는, ‘나의 수입과 지출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라는 관점에서 시작했어요.

물론 돈을 불리고 부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잘 살아남는 것’이 먼저잖아요. 그래서 ‘생존 경제’라는 키워드에 집중했어요.


‘생존경제 워크샵' 프로그램 분위기는 어땠나요?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우연히 비슷한 상황의 참여자분들이 모이게 되어서 공감대가 잘 형성되었어요. 다들 말씀도 많이 하시고 참여도 적극적으로 해주셨어요. 

프로그램 내용이 ‘돈’을 통해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피곤하거나 지칠 수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어떤 거부감을 갖거나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분들이 모였던 거 같아요. 즐거웠습니다.


미스페니만의 돈 관리 철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망해도 좋고 넘어져도 괜찮으니까 외면하지 말자. 현재 상태를 외면해버리면 상황이 너무 빠르게 악화돼 버릴 수가 있어요. 망하고 있다면 ‘아, 지금 나 망해가고 있구나.’(웃음) 하며 그 모습을 끝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해야 작게 망하고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거 같아요.


생존경제워크샵 커리큘럼


많은 사람들이 돈 관리를 시도하지만 얼마 안 가서 포기하게 되잖아요.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팁이 뭘까요?

계획을 세우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반드시 생겨요. 상상과는 달리 실제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이벤트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죠.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계획을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계획이 틀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관대한 마음으로 자기를 지켜봐 주는 게 오랫동안 돈 관리를 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최근, 주식이나 가상화폐 같은 투자를 시작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는데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가 궁금해요. 또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지금 우리 세대가 환경적인 여러 변화 속에 있잖아요. 여러 가지가 ‘노답’인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너무 불안하고 미래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한 돌파구를 이리저리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 하나가 재테크일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그것으로 효과까지 볼 수 있다면 참 좋겠죠.


그런데 제가 입문 과정에서 굳이 재테크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 내 상황을 파악한 후 시작해도 늦지 않은데 너무 급하게 전쟁터에 뛰어들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내가 걸 수 있는 것과 걸 수 없는 것을 판단하기도 전에 ‘올 인’을 할 위험성이 있어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의 청년 세대는 1~2년 내에 써야 되는 ‘목적 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변동성이 큰 투자 상품에 투자를 했을 때 하락폭을 견뎌내야 상승에서 팔 수 있는데, 어딘가 써야 하는 중요한 돈이니까 하락폭을 견디기가 너무 힘든 거죠.

또 투자는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공부가 필요해요. 그런데 처음 일을 배워가는 사회초년생 시기에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함께 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지 않아요. 다만, 이미 전쟁터에 뛰어드셨다면 반드시 이득을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스스로 정의하는 '미스페니'는 어떤 사람인가요?

‘나다운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요. 남들이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것들을 벗어나서, 자신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나 답게’ 살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 다운 삶을 살길 응원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은, 상황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내 돈의 흐름을 살펴보는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이제 내 돈이 흘러가는 것, 내 패턴이나 노하우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 같아요. 앞으로는 시야를 넓혀 조금 더 큰 그림들을 보는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세상의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더 공부해서 다른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 전달하고 싶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실 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신다면?

돈과 담을 쌓았던 분들도 이 인터뷰를 통해서 조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 관리에 관심을 가지면 얻게 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돈’이라는 게 나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지표가 아니라, 나를 거울처럼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돈 관리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발행 무중력지대 성북

해당 인터뷰는 정부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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