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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29. 2019

포르투 3일차

에필로그 - 순례길, 그 이후 이야기

39일차


포르투(Po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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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안 쓰이는 건 아니야.

그러니 이해하니까 서운해하지 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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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늦잠을 자는 건 아깝고 일찍 일어나는 건 졸리우니 아홉시쯤 애매한 시간에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열시쯤 나와 곧장 에그타르트 가게로 향했다. 커피와 타르트를 시켰는데, 조금 있다가 점심을 먹는다는 이유로 일행이 타르트를 두 개만 주문했다. 타르트는 절대로 하나만 먹는 음식이 아니랬는데. 지금은 일단 맛만 보자는 마음으로 한입 베어 물었다.

갓 나온 타르트가 아니라 뜨끈뜨끈하지는 않았지만 달달하고 페스츄리는 바삭바삭한 게 하나만 먹기 너무 아쉬운 맛이었다.


아쉽게 타르트를 먹고서는 근처에 있던 거리를 구경했다. 가게들도 많았고, 유명한 볼량시장도 거기 있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볼량시장도 지금은 공사 중이어서 바로 옆 건물에 임시로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다. 가게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천장에는 가게 주인 분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들이 달려있었는데, 다들 너무 인상 좋은 미소들을 짓고 계셔서 입장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볼량시장에서는 꽃도 팔고 옷도 팔고 과일, 고기, 기념품과 와인, 이것저것 많이 팔고 있었다.

쭉 둘러보며 구경을 하다가 말린 과일을 조금 사고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프란체시냐라는 햄버거 비슷한 유명한 음식이 있는데, 이 음식으로 유명한 가게가 근처에 있어서 먹으러 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우리는 둘이서 프란체시냐 하나와 음료를 주문했다.

곧 등장한 음식은 듣던 대로 흐르는 치즈에 뒤덮여 있었고 칼로리가 엄청 높아 보였다. 하지만 기대만큼 엄청 맛있다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냥 유명한 음식을 유명한 식당에서 먹었다는데 의미를 두자, 생각하며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포르투 대성당을 보러 갔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고 구경을 했다. 여러 아줄레주도 보고, 벽에 걸려있던 그림들도 보고, 옥상까지 올라가 도시 전경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성당 안을 둘러보는데 왠지 모를 현악단들이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에는 하얀 꽃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던 것이다.

언제쯤 시작되는 걸까, 하객도 아닌 관람객들이 여기 앉아있어도 되는 건가, 화동들은 참 귀엽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신부가 입장하고,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신부를 맞이했다. 정말 아름다운 신부, 그 신부를 앞에서 당당하게 맞이하는 신랑 그리고 이들을 축복해주기 위해 온 하객들.

뒷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아름다운 영화 한 장면의 단역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광장 난간 아래에서는 음악에 맞춰 마을 주민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한 번도 제대로 마셔보지 못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갔다. 결국엔 프라푸치노를 마셨지만.

한 손에 프라푸치노를 들고서 도우루 강가로 내려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더 많았고 강에서 수영을 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작은 레스토랑으로 갔고, 거기서 해물밥과 파스타를 먹었다. 해물밥이 입맛에 너무 잘 맞아서 후루룩 먹고서는 금방 나왔다.

어제 봤던 저녁노을을 또 보러 약간의 술과 과자를 사들고 같은 장소로 갔다. 여기서는 해가 지는 모습보다 해가 지고 나서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는 노을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해가 저물자 날이 금방 쌀쌀해졌고, 다시 다리를 건너 예약해두었던 재즈바로 갔다. 샹그리아를 마시면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열한시 시작인 줄 알았던 공연이 열두시가 다 돼서야 시작되었다. 공연 제목이 ‘Queen show’라길래 팀 이름이 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퀸의 커버 공연이었다.

기대했던 재즈 공연은 아니었지만 아는 노래를 불러주니 나름 재밌게 구경했다. 새벽 두시쯤이 되어서는 너무너무 졸려서 중간 쉬는 시간에 나와버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전날 지나 본적 없던 곳으로 가기로 해서 조금 돌아갔다. 가는 길에 다리 위에 걸쳐져 있던 달을 보면서 걷기도 했다.

늦은 시간이라 만날 줄 알았던 마약상은 의외로 한 명도 못 만났고, 숙소에 두시가 훨씬 넘어 도착해서는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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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rade


해물밥 맛있는 집.

도우루 강 근처 골목길에 있는 식당임. 중년 부부 두 분이 운영하심.

식당에 오는 한국인들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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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five Blues&Jazz Blues Club


밤마다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재즈바. 루이스 다리 근처에 있음.

클럽 사이트에 들어가면 해당 날짜마다 무슨 공연이 열리는지 알 수 있음.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할 수 있음. 공연은 안내된 시간 정각이나 그 이후에 시작되니까 일찍 갈 필요 없음.

입장료에 프리드링크 하나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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