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모든 언어를 연구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정말 ‘일’이 되었을 때, 요즘 말로 흔히 덕업일치(덕業一致)를 이뤘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단순한 건지 아직까진 그저 즐겁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쳐갈 때쯤 관성적으로 뛰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만들어주는 무언가에 깊이 빠질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커다란 행운이었다. 


 말로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누군가의 말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느낀 건 인간의 언어란 알면 알수록 참 어렵고 심오하다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됐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역시 많은 사람들의 말에 영향을 미쳤고,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도 늘었다. 이제는 말의 내용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통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고려해야 했다. 전달 방식부터 보이는 말, 들리는 말, 상대방의 마음에 닿는 말까지 그 종류와 범위도 상당하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공연 예술은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바탕으로 삶의 일부분을 축약해 놓은 형태를 가진 공연은 마음을 울리는 연기와 노래, 깊이 있는 표현으로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한정된 시공간의 세계에서 누군가의 삶을 대신해 연기하는 배우들을 바라보다 보면, 언어가 가진 무한한 힘에 대해 새삼 깨달을 수 있다. 그들은 온몸으로 연기하며,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인물의 생각을 전한다. 폭발하듯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자 도구인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꽃 피우는지에 대해, 흩어지는 말이 아닌 공유하는 말로 남기고 싶어졌다. 공연 칼럼을 쓰게 된 것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이 일상의 언어이든, 공연의 언어이든 결국 우리의 언어는 동일하다. 때로는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또 때로는 감성적으로 접근해보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 그때의 기분, 어느 날의 공기까지도 전부 다, 낯섦보단 익숙함으로 다가가는 말이기를 바란다.


 이렇게 가능하다면 오래, 아주 오래 나의 일을 더 사랑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