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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제이 Jan 07. 2020

왜 외항사 승무원들은 불친절해?

헝그리 정신과 서비스 마인드

이코노미 객실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이다. 한국행 비행기 안이었는데 중년 여성 승객이 나에게 푸념을 늘어 놓으셨다. 




여기 항공사 승무원들은 왜 이리 불친절해? 내가 아까 저기 노랑머리 승무원 언니한테 물 좀 가져 다 달라고 두 번이나 얘기했는데 안 갖다주더라고? 아까는 화장실 갈려고 카트 좀 치워달랬더니 냉랭하게 기다리래. K항공 언니들은 얼마나 친절한데. 여기는 왜 이러는 거야. 다신 안 타고 싶어!





외항사 승무원들은 정말 국내 항공사에 비해 불친절한 것일까?






처음에는 인정할 수 없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고객 응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국내 항공사랑 똑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엇비슷하지 않을까. 가끔 불친절한 승무원들이 있기도 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오랜만에 국내 항공사인 K항공과 J에어를 타고 산산이 깨졌다. 승무원들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게 친절했기 때문이다. 순간 과거에 만났던 중년 여성의 푸념이 이해가 되었다.




국내 항공사가 이렇게 친절하니 우리 항공사 서비스가 성에 차 실리가 없지!




나는 당시 임신 중이었고 스페셜 밀로 당뇨식을 주문했었는데, 여행사의 실수로 주문이 누락되었다는 사실을 기내에서 알게 되었다. 이를 확인한 승무원은 나에게 너무나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렇게 사과를 두 번이나 하고, 그 후로도 계속 내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나중에는 사무장까지 와서 대역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서 또 한 번 사과했다. 나중에는 그녀들의 친절함이 부담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부담스러운 나머지 이제 안 오셔도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페셜 밀이 대체 뭣이길래 무릎까지 꿇으시는 거냐고.




뿐만 아니라 자청해서 원더우먼처럼 승객들의 짐을 오버헤드빈에 번쩍번쩍 올려 드리기도 하고, 모든 승객들의 요구에 열과 성을 다해 임다. 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승객에게도 너무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응대했다. 저러다 화병 나는 게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도 들었다.








대한민국은 조업과 더불어 서비스업이 매우 잘 발달한 나라이다. 전 세계 어딜 가도 대한민국처럼 하이퀄리티(?) 서비스가 평준화된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친절한 서비스가 기본 옵션이다. 비슷한 상품들이 온라인이며 오프라인에 수도 없이 많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고객들이 다시 아온다. 항공사도 마찬가지이다. 가격은 낮추고 최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승객들 눈도 자꾸 높아져만 간다.





외항사 승무역시 회사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받기는 한다. 러나 그 수준이 국내 항공사와는 차이가 있다. 외항사에서 말하는 이코노미 객실 서비스의 정도는 친한 친구 혹은 가족 사이에서의 친근함에 견주어 볼 수 있다. 비행기에 친한 친구가 승객으로 탔다고 가정해보자. 즐겁고, 신이 나고, 챙겨주고 싶고, 수다를 떨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격 없이 승객을 막 대해 된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수다( small talk) 중요하게 생각한다. 승객과 틈틈이 대화하고 친근한 태도를 유지하라고 고 또 강조한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익숙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승객들과 수다를 떨며 농담을 주고받는 게 재밌어졌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상상할 수 있을까? 승객들과의 뮤니케이션이 회사가 승무원에게 원하는 중요한 업무과제 중 하나이다.






비행기가 랜딩 할 때 기체가 완전히 멈추기 전까지 누구든 간에 상의 이유로 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가끔 기체가 땅에 닿는 순간 안전벨트를 풀고 바로 일어나는 승객들이 있다. 이런 경우 전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본인도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앉아소리의 볼륨을 높인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리에 앉아 계세요!



국내 항공사는 이런 상황에서 어땠을까? 무원 본인이 안전벨트를 풀고 조용히 승객 옆으로 다가가 앉으시라고 속삭였다. 소리를 높이면 그 승객이 민망해할 수도 있고, 보기에도 안 좋아서인 것 같다.





원치 못한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을 경우에도 차이가 있다. 전 항공사의 경우 정중히 사과를 하고 최대한 원하는 식사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은 한다. 이런저런 노력에도 승객이 원하는 식사를 받지 못해 화를 낸다 해도 그 부분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 일단 승객의 컴플레인을 받았기 때문에 회사에 제출하는 리포트는 쓰지만 거기까지이다. 회사에서도 서비스 관련 컴플레인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웬만해서는 징계를 준다거나 혹은 다른 방식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항공사가 승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으면 팀 전체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었다.




외항사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보다는 안전보안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기내에서 벌어지는 어떤 현상도 안전 문제가 두 번째로 밀려날 수는 없다. 안전과 서비스가 같은 선상에 있지 다. 국내 항공사도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겠지만 서비스도 그와 비슷한 으로  맞추려는 게 아닌가 싶다.




외항사 승무원(아시아 쪽 제외)들의 서비스 수준이 국내 항공사 승무원들에 비해 흡족하지 못할 있다. 그렇다고 다들 인상만 쓰고, 무례하게 구는 것도 아니다. 편하게 인사를 하면 그들도 친근하게 다가와 당신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당신을 친근한 친구처럼 대하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항공사마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점을 위주로 평가해 고르는 것이 어떨까 싶다.




P.S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글입니다. 더 세세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글빨이 부족해 다 담아내지 못해 오해가 생길수도 있는점 미리 양해 구합니다. 또한 제가 모든 승무원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는 바입니다.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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