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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댁셈 Aug 01. 2022

오늘의 단상

오늘 한 달 쓰기 미션으로 무슨 글을 쓸까 하루 종일 생각했다. 특별할 것 없던 하루에 생각의 단서들을 찾아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몇 문단을 쓰고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어차피 이어지지 않을 생각들을 차라리 단편적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1. 생일 선물로 받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쿠폰을 케이크 대신에 같은 가격의 포장 아이스크림으로 사기로 했다. 파인트+쿼터 사이즈로 달라고 했더니 100원이 남는단다. 쿠폰으로 다른 상품을 사려면 금액을 딱 맞추거나 넘치게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가게에서 제일 싼 아이스크림 롤 1800원을 추가하고 17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대기업의 치밀한 계산법을 이렇게 알게 된다.


2. 주말 동안 출근을 안 해서 (고양이) 근진이가 배고프겠다 싶으며 출근하자마자 후다닥 고양이 급식소로 갔는데 아주 편안한 자세로 밥그릇 근처에 앉아있는 근진이. 왜 이제 왔냐며 냐옹 하면서 밥 주기를 기다린다. 지난주에 조금 친해졌나 싶었는데 못 본 지 이틀 만에 또 경계하고 하악거린다. 밥 잘 먹고 쉬러 갔는데, 그 사이 오랜만에 억울이가 왔다. 이 녀석은 아픈데도 많아 보이고 사람/고양이에 대한 경계가 더 심한데, 밥 먹다 말고 저 멀리서 근진이와 대치하다 결국 싸움이 붙어버렸다. 누가 이겼는지는 모르겠다. 제발 니들끼리 싸우지 마라 ㅠㅠ


3. 갑자기 영어 공부해보겠다고 달라이 라마의 원서를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를 호기롭게 필사하며 모르는 단어도 찾아가며 써보았지만 결국 파파고 앱을 까는 나란 녀석... 모르는 단어가 계속 나오니 전의상실. 파파고 앱으로 번역해서 보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책을 덮었다. 나의 욕심이었나 싶다.


4. 점심으로는 볶음 쌀국수를 해 먹기로 했다. 지난주에 사두었던 숙주가 많이 시들었길래 한봉을 다 털어 넣었다. 볶음 소스가 얼마 없어서 간이 너무 싱거웠다. 냉장고에 짜파게티 소스가 있길래 넣어봤다. 맛이 살아났다. 역시 라면스프는 요리 치트키다.


5. 퇴근길에 한 번도 안 가본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인스타에서 보니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 한옥 카페다. 카페 가는 길에 하늘에 뜬 무지개도 보고 기분이 좋다. 들어가는 길에 주차장에 차가 빼곡하다. 커피값은 사악했다.(아메리카노가 6천 원)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만발한 해바라기를 만끽했다. 경주에는 신상 카페가 계속 계속 나오는데, 새로 생기는 만큼 새롭지 않은 카페는 점점 손님이 줄어든다. 몇 달 전에 갔던 카페도 벌써 파리가 날리는 것 같다. 남편이랑 매번 새로운 카페에 가면 어떤 점이 탁월한지 사람을 끌어모으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장사가 안 되는 집을 보면 매출 걱정해주고... 어차피 우리보다 부자일 텐데 참 별 걱정을 다한다.


6. 구독하고 있는 뉴스 플랫폼 북저널리즘에서 한 달 동안 발행되는 뉴스를 읽고 댓글로 의견을 남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참여하기로 했다. 근데 시작하는 오티를 '슬랙'에서 채팅으로 한다는 거였다. '줌'에서 하는 화상 오티는 해봤어도 '슬랙'이라니? 처음으로 슬랙도 깔아보고 가입도 해서 들어가서 살펴봤다. 이 조직은 뉴스 아이템 선정회의를 슬랙 채팅으로 하고 있었다. 회의 내용도 채널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게 오픈하고 있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요즘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인가...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8시 오티에 슬랙에 접속하니 매니저가 채팅으로 가이드 이미지를 올려주고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아이콘으로 채팅 내용에 반응을 하고 궁금한 점은 그때그때 질문하고, 태그를 걸어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대화했다. 물론 채팅에 참여하는 인원수가 10명 정도였기에 적절한 속도와 대화 내용이 오고 가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참여한 사람 중에 한 명은 '극 내향형인 저는 줌조차 불편한데 이런 방식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도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화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익숙하기도 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채팅형 대화방식이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100명 가까이 되는 멤버를 관리하고 소통하기엔 슬랙이 낫다는 판단으로 카톡이 아닌 슬랙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매니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툴은 계속 나오고 거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거나 그룹에 속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7. 직장에서 온라인 모임을 기획하는데, '유료'로 쓰던 Zoom 대신에 무료인 '구글 Meet'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대규모의 사람이 참여하는 모임이 없고, 녹화 기능이 필요하지 않게 되어서 줌 유료 구독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령대를 다양하게 모집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혹시 구글 Meet를 모르는 사람이 참여하면 어떡하지?'라는 대화를 하게 됐다. '화상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합니다'라는 말만 넣어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결국 '구글 Meet 사용경험이 없는 분은 아래 항목에 체크해주시면 모임 전에 따로 안내드리겠습니다'라고 안내문구를 추가했다. 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온라인 모임 참여하면서 화상 앱 사용을 못하는 사람이 신청을 할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렇게 준비하기로 했다. 디지털 사회의 권력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나는 죽을 때까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8. 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SNS 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호기심에라도 찾아보고 경험해보는 편이다.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는 최신 유행하는 밈이나 콘텐츠들을  아는 편인데,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계속 느낀다. 예전에는 유행하던 유튜브가  개월만 지나면 이미 예전 꺼가 돼버리는 세상이다.  미친 속도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걸까? 그런 사람들을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나는 지금  하고 있지?라고 자괴감이  때가 있다.  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세상이다. 아마 잘해야지만 살아남을  있는 세상이라 그런  같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알고 세상에 휩쓸려가지 않게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을 그만둔다고  ,  해야 할지는 막막하다. 그때를 대비해서 나를 먹여 살려줄 무언가를 찾아야   같은 조급함도 있다. 나이는 먹어가고 자신감은 오르락 내리락이다. '기술을 배워야 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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