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글쓰기로 내 마음의 소리를 적어본 바, '사진'이란 걸 다시 해보고 싶다는 게 느껴져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나의 카메라는 리코 GR2이다. 카메라는 잘 모르는데, 사진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모델로 충무로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무겁고 찍기 힘든 DSLR 대신에 콤팩트한 이 카메라가 마음에 들었다.
필름 카메라만의 색감을 좋아하는데, 리코에는 포지티브 필름 필터 모드가 있다. 독특한 색감 때문에 사진이 더 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 가벼운 스냅사진을 찍을 때 이 모드로 찍으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한동안 흑백 필름으로만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때는 컬러사진을 가급적 안 찍었었다. 컬러에 빠지면 눈에 홀리는 사진을 찍게 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구조적인 시각을 키우는 사진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때도 재밌긴 했지만 다시 사진을 찍을 때 절차가 복잡해지면 사진 찍으려는 마음의 장벽이 높아질 것 같았다. 푸르른 여름에는 마음껏 컬러로 찍어보고 싶다.
나는 내 사진을 볼 때 고즈넉하고 명상하는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화려한 것보다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좋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무말 하지 않는 피사체를 많이 찍는 편이다. (나에게 인물 사진은 참 어렵다.) 그래서 오늘 나의 피사체로 낙점된 건 '근진이'와 마당의 식물들이다.
오늘도 반갑게 밥통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근진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한 손은 열심히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초점을 맞춰 찍기 바쁘다. 내 눈에 귀여운 모먼트를 카메라로 담기가 쉽지 않다. 리코는 초점이 빠릿빠릿하게 안 잡히고 놓치는 경우가 많아 여러 번 반셔터를 눌러야 한다. 근진이가 계속 부비대는 덕분에 만족스러운 사진들을 건졌다.
근진이는 그만 괴롭히고 마당으로 나가 무럭무럭 자라는 열매들을 찍어본다. 그동안 먹기만 했지 사진으로 담아주니 더 특별해지는 느낌이다. 요즘 아이들은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이나 식재료들이 '냉장고'에서 나오거나 엄마의 '핸드폰'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자라나는 작물들을 보고 자라느냐 아니냐는 인간의 정서에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본다. 나도 뒤늦게라도 토마토가 자라고, 고추가 자라고, 심지어 수박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하다.
찍은 사진은 자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찍을 수 있다. 나의 첫 디지털카메라 사진 전시장은 디시인사이드였다. 지금의 디씨와는 달랐던 그 시절... 거기서 나는 사진작가의 꿈을 키웠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전시해야 한다. 사진이 너무 쪼끄매진 게 아쉽지만... 일상 계정과는 섞고 싶지 않아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일단 목표는 꾸준히 찍는 것이다. 한 달 쓰기처럼 한 달 사진 찍기도 같이 해봐야겠다. 오늘의 사진은 인스타그램으로 보러와주세요 ^^
*사진 계정 : https://www.instagram.com/semi_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