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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댁셈 Jul 23. 2022

기분 전환

브런치 첫 글에 그동안 쌓였던 마음들을 두서없이 적어내려갔다. 마음 속의 말들을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해소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고민했던 글쓰기 클래스도 덜컥 결제해버렸다.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 미션은 시작되버렸다.


털어놓은  속에서 단서를 찾아보았다. '귀차니즘으로 밖을 안나가게 되었다.' 라는 마음을 더 파고들어보니 '똑같은 동네는 뻔해서 나갈 마음이 안든다'라는 또다른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경주 말고 다른 장소에 가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불끄고 누운 머리맡에서 남편에게 '우리 주말에 부산에 갈까?' 라고 제안했다. 남편은 그러자고 했다. 부산에 가서  할지는 몰라도, 경주를 떠나 '다른 도시' 간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다음날,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남편은 부산을 '당일치기'로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살짝 실망했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곳에서 자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내 맘 속) 목표였는데... 일단 그 이야기는 못하고 왜 당일치기로 가야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숙박비가 비싸고, 주말에는 부산이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부산은 평일에 가는게 좋으며, 그래서 그냥 오늘(평일)! 가자는거였다. 상대의 이야기의 논리가 납득이 가면 받아들이는 나는 남편의 제안을 수용했다. 어차피 나의 깜냥도 숙박비를 10만원이나 넘게 쓰면서 어정쩡한 곳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부터 가보자고 했었던 부산에 있는 이케아에 가보기로 했다. 이미 시간이 오후였고 한군데만 집중공략 해보기로 했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고 나는 일단 기분이 좀 좋아졌다. 차로 1시간20분이면 부산에 갈 수 있다니! 서울에 살았을 때는 '부산간다'하면 어마어마한 일이었는데... (거의 제주도 간다 급)


부산의 오시리아역 부근에 도착하니 서울의 신도시에 온 느낌이었고 저 멀리 큼지막한 이케아 건물이 보이자 나는 반가운 마음이 확 들었다. 서울에 살면서 그렇게 '나는 탈서울을 하고 싶어'라고 외쳤던게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난 어쩔수 없는 서울 토백인가보다. ㅠㅠ 인정.


익숙한 이케아의 환영 문구와 익숙한 인테리어 쇼룸, 공산품같은 레스토랑의 요리 맛,ㅋ 익숙한 것에 대한 반가움에 웃음이 나왔다. 실컷 두시간 정도 돌아다니고 우리가 산것은 분무기 한개였다. 집에 물건을 늘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서 관심있는 물건이 있었지만 한번 더 고심하다 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계산하러 내려오니 아쉬운 물품이 있었다. 그런데 이미 다리가 아팠고 다시 건물을 올라가기까지 에너지가 없었다. 그런데 그 물건을 사면 내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적게 쓰고 소박하게 살자'라는 마음에 욕구가 억눌려있음을 인정했다. 


이케아에서 나와 카페를 찾아갔다. 바다 앞 북카페였는데, 여기도 서울 너낌의 대규모 큐레이션 서점이었다. '그래 이거지!' 순간 검색해서 이 북카페를 찾아낸 나를 칭찬했다. 경주에는 대형서점이 없다. 서점에서 시간 보내는 것 좋아하는데 그 흔한 중고서점도 경주에는 없다. 아마 도서관이 잘 되어있어서 그런거 같다. 남편에게 '서점과 도서관은 달라!' 라며 괜히 나의 유치한 논리를 들어가며 서점에 올 수 있어 좋다는 티를 팍팍냈다. 결국 그 북카페에서도 책(표지)구경만 실컷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의 도시 자아가 발버둥 칠때는 부산에 종종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욕구를 잘 알아주고 솔직해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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