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은 어째서 90일마다 알림이 올까
작년 10월 초에 개그우먼 신봉선의 SNS에는 다음과 같은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이 올라왔다.
선물연장 알림. 그렇게 라도 있어줘
고인이 된 박지선 씨가 생전에 신봉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차마 사용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유효기간을 다시 연장한 것 같다. 카카오톡의 기프티콘의 유효기간은 90일, 그리고 유효기간 만료 전 알림이 온다. 그렇게 연장은 최대 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신봉선 씨는 90일마다 박지선 씨가 보낸 기프티콘의 연장 알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또 언젠가 맞이하게 될 5년. 연장 신청이 되지 않는 순간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조금은 궁금하다.
나 또한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기프티콘들이 몇 개 있다. 선물로 받은 간식, 배달음식들이 대부분이라 굳이 기프티콘을 쓰지 않아도 평소에 잘 챙겨 먹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받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 잘 쓰지 않는다. 비록 나의 상대는 신봉선 씨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어지는 게 싫다. 아무 이유 없이 꼭 쥐고 가지고 싶다.
연락은 하지 않지만, 가끔 오는 선물 연장 알림에 괜스레 궁금해지기도 하고 어떤 선물을 받았나 들춰보다가 이 때는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추억하기도 한다. 사진처럼. '사용완료'라고 찍힌 다른 기프티콘을 보고 있으면 끝난 것 같다. 상대와의 관계가 끝난 것도 아니고 그냥 받은 선물을 잘 사용했을 뿐인데, 왠지 모를 섭섭함이 느껴진다. -ing가 아닌 -ed. 저 당시의 추억은 저걸로 끝.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완료'라는 말이 싫어지는 순간이다.
물론 '원치 않는' 사람에게 받은 기프티콘은 심지어 사용도 안 하고 모아두었다가 환불한 적도 많다. 보내준 기프티콘을 사용하는 것조차 뭔가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어차피 확인도 안되는 거. 조용히 환불한다. 90%만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
신봉선 씨가 故박지선 씨의 기프티콘을 연장하는 이유도 나랑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사용과 동시에 연(緣)이 조금은 희미해질까 봐 차마 쓰지 못하겠지. 기프티콘을 써버린다면 더 이상 '박지선'씨와 관련된 새로운 연락은 없을 것이고, 이 작은 기억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애틋한 마음. 상대를 늘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한 번씩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떠올리게 되는 감정은 또 새롭다. 이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기프티콘이 연장되지 않는 날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그전에 쓸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매번 연장 알림이 올 때마다 다짐을 하지만 결정은 늘 내리지 못했다. 그때 신봉선 씨, 그리고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 날씨 좋은 날에 빨래도 하고 나가서 커피를 마시며 추억과 약속을 다시금 떠올릴까. 아니면 끝내 쓰지 못한 채 가슴 한편에 다시 조용히 묻어두고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