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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것

바다는 푸른데 파도는 왜 하얄까

by 메타보이


칠흑 같은 바다가

갯바위에 부딪혀 폭발한다

하얀 파편들이 빛을 내며 산화한다


바다는 푸른데

파도는 왜 하얄까


마음은 깊이를 모르는 바닷속처럼

캄캄하고

가슴은 불안한 흔들림이 멈출 줄을 모르는데

내 속에도 빛이 있을까


내 마음은 호수라고 하는

시인을 부러워하지만

순간의 양보도 계산부터 하는

내 마음속 등불은

바다처럼 어두운 빛이다


몇 가지 색만 받아들이면

뒤섞인 잉크처럼

마음은 금세 탁해지고 어두워진다


바다는 푸른데

파도는 왜 하얄까


파도는 무리에서 떨어져

빛을 향해 솟아오른다

모든 색의 빛을

분별없이 받아들여

순백의 빛을 얻는다


바다의 출렁거림은

저 멀리 수평선에 의지하여 잠재우고

끝없는 수렁 같은 미래의 두려움은

순백의 파도 빛에 의지하여 잠재우고 싶다


어떤 빛이든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내고

어떤 빛이든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리고

어떤 빛이든 내 안의 빛은 오염시킬 수 없기에

마음자리를 지혜롭고 청정하게 밝혀야겠다



2025.10.24. 메타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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