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카라마조프가의 세 형제

설거지

by 메타보이

카라마조프가의 세 형제



내 안에는 세 형제가 산다


하나는 불처럼 타오르고
하나는 얼음처럼 침묵하며
하나는 눈물로 그 둘을 감싼다


욕망의 형은 세상을 끌어안으려 하고
이성의 형은 신을 재단하려 하며
사랑의 형은 그 둘 사이에 무릎을 꿇는다

그들의 싸움이 내 심장 속에서 일어난다

고통은 그들의 언어
나를 찢으며 나를 일깨운다


어느 날
그들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자
그들은 하나의 침묵으로 녹아내렸다


욕망이 떠나고 이성이 잠들고
사랑마저 고요히 문을 닫을 때


그제야 알았다

고통은 손님이 남긴 그릇
그릇을 비워야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는 것을


세 형제가 사라진 자리엔
오직 고요만이 남았다


2025.11. 08. 메타보이


R1017625.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