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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실연필 Jan 07. 2022

달팽이 선생님 (2화. 선생님의 질문)

입학 전 상담 시 학부모님이 선생님께 알려드려야 할 것.

제2화. 선생님의 질문
오늘 아침, 조이에게 민트색 츄리닝과 까만 운동화를 코디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민트 초코가 사람이 된다면 바로 지금의 조이가 아닐까. 곱슬한 파마머리와 민트색이 어우러져 흡사 초콜릿 뿌린 메론바같기도 했다. 초등학교 첫 등장 패션으로 이보다 힙할 순 없다. 민초단 조이, 드디어 오늘 두두 등장~!
조이야, 제발 잘하고 오자.

로라 엄마 말대로 '카더라 통신'만으로 학교를 결정할 순 없었다.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 선생님과 통화 후 조이가 갈 만한 초등학교를 추천받았다. 일면식도 없는 학교 선생님께 전화하는 건 떨리는 일이었지만, 내 예상보다도 친절히 안내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조이와 함께 학교를 둘러봐도 좋다며 상담 약속까지! 조이와 함께하는 입학 상담이라니. 왠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늘은 일반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생각이다. 조이는 서툴긴 해도 조금씩 말이 느는 중이고, 유치원에서도 일주일에 하루는 완전 통합으로 생활했다. 물론 또래 친구들과 재잘대며 노는 건 아니었지만.

조이는 친구들과 바깥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걸 가장 좋아했다. 같은 반 로라가 장난감에 집착한다면 조이는 친구들에게 집착한다고 해야 할까. 같이 놀고 싶은 마음에 놀이 중인 친구들의 블록을 부수거나 놀이 중간에 마음대로 껴들어서 선생님의 중재가 필요할 때가 많았다.

비록 선생님의 중재가 필요하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있을 때 자주 웃는 조이를 보며 로라 엄마는 많이 부러워했다. 로라도 오늘 같이 오면 좋았을 걸.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로라 엄마 말대로 조이와 로라는 다르고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겠지.

지금 마음으로는 조이가 친구들과 함께 교실 생활만 해 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1학년 교실의 모습도 꼭 둘러보려고 한다. 과연 유치원에서 양말 벗고 뛰어다니는 조이가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일까?

가장 궁금한 건 조이가 초등학교에 가서도 완전 통합이 가능할 지의 여부다. 지금 엄마들 사이에선 '완전 통합' 이 핫하다. 완전 통합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오늘만큼은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질문 보따리를 풀고 자세히 물어볼 작정이다.
 
앗, 그런데 이상하다. 준비한 질문을 꺼내놓기도 전에 선생님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헛, 이게 아닌데. 이건 뭔가 바뀐 것 같다. 선생님, 질문은 제가 하는 거 아니었나요? 제가 상담하러 온 건데 선생님이 질문하시면 어떡하나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도대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오늘 조이와 엄마는 입학 상담을 하러 초등학교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조이 엄마는 유치원에서 조이가 친구들과 잘 지냈던 것처럼 학교에서도 통합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실 거예요. 게다가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완전 통합'의 날로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으니 초등학교에서의 통합교육에도 관심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이 엄마의 질문이 시작되기 전에 선생님의 질문이 시작되었네요. 조이 엄마는 선생님께 문의드릴 내용을 잔뜩 준비해 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생님의 질문에 조금 당황하신 것 같아요.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입학 상담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님께 선생님은 왜 질문을 쏟아놓으셨을까요? 무엇을 물어보셨을까요? 그렇다면 과연 조이 엄마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요?


오늘은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입학 상담 시 학부모님이 선생님께 알려드려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우리 아이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하기
⓵ 성장배경
⓶ 주요 관심사
⓷ 급식과 알레르기 경험 유무
⓸ 현재 양육자, 양육자와의 관계
⓹ 입학 전 기관 경험 (유치원, 치료기관 등)

특수학급 선생님과 입학 상담을 하신다면 제일 먼저 하실 일은 우리 아이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자세히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학부모님들께 늘 드리는 말씀 중 하나가 우리 아이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는 바로 학부모님이시라는 거예요. 누구도 엄마, 아빠처럼 우리 아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연구한 사람은 없답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에 대해서만은 학부모님이 최고의 전문가이십니다.  


때문에 아이의 성장 배경(언제 진단을 받게 되었는지, 진단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가능한 자세히 말씀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아이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장난감, 좋아하는 색깔, 만화 캐릭터,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 애니메이션, 매일 듣는 노래, 잘 먹는 음식과 간식의 종류, 촉감에 대한 예민성)에 대해 알려주시면 더 좋습니다. 이 같은 정보는 선생님이 아이를 만나기 전 알아두면 좋을 꿀팁 역할을 해주고 아이와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에 윤활유 역할을 해줍니다.


급식에 관한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아이에게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물론 3월 초 급식실 안내장으로 안내가 될 사항이긴 하지만 특수교사가 만에 하나 있을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선호하는 반찬이나 국이 있는지, 먹기 힘들어하는 음식이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아이들마다 음식의 질감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밥처럼 질거나 떡, 마이쮸처럼 치아에 달라붙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있고, 나물 무침처럼 차가운 느낌의 채소를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묵이나 맛살 특유의 향을 참지 못해서 이 재료들이 들어간 음식이 나온 날은 급식소 가길 거부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식감, 맛에 대한 느낌이 또래 친구들보다 더 예민한 편이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선생님과 의논하시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 급식 지도의 트렌드는 골고루, 남김없이 잘 먹는 것을 권유하긴 하나, 아이들이 먹기를 거부하거나 힘들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지는 않습니다. 점심시간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고 즐거워야 할 시간이기에 아이들의 잘 먹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이가 잘 먹고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입에도 댈 수 없는 음식은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시는 건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랍니다.


또, 현재 아이를 주로 케어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양육자에 대해 알려주세요.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부모님이 퇴근하시기 전까지 아이를 케어해주시는 분들이 다양하신 편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이에 관해 빠른 소통이 필요한 경우(하교 시 안전한 인계를 위해, 신변처리를 위한 여벌 옷이 급하게 필요할 때 등) 바로 연락되실 양육자나 보호자가 누구신지 체크하고 연락드릴 일이 있으면 그분께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교육 문제나 중요한 회의, 서류를 작성해야 할 때는 학부모님께 따로 안내를 드리고요.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시는 분, 하교 시 아이를 데리러 오시는 분, 치료 기관 스케줄을 함께 해주시는 분, 부모님이 퇴근 후까지 함께 계셔주시는 분 등에 대해 안내를 해주시면 아이의 생활에 대해 선생님도 예측하실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세심한 케어가 가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 하교 후에 치료 스케줄 시간이라면 활동보조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고, 가방 안에 안내장을 확인해주십사 하는 날엔 할머니께 문자를 드리는 등의 방법으로 가정과 연락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기관 경험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기관은 단지 유치원에 국한되지 않고 그동안 다녔던 병원, 치료기관도 포함됩니다. 아이의 기관 경험은 학교라는 또 다른 기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에 유치원에서는 어떻게 생활했는지 (특수학급과 통합반에서의 생활, 유치원 선생님의 피드백), 무슨 치료를 일주일에 몇 번 받고 있는지 (치료 기관의 변천사와 지금 치료 기관을 선택한 이유),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매일 복용하는 약이 있는지(복용 시간), 복용하고 있는 약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마도 많은 학부모님께서 아이의 입학 상담 시 많은 궁금증과 질문을 준비하실 텐데요.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기 위해선 먼저 선생님께 알려 드려야 할 '우리 아이 이야기'가 아주 많답니다. 상담을 하러 갔는데 질문을 먼저 받으셨다면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듣기 위한 초석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달팽이 선생님의 꿀팁 하나!


학부모님께서 아이 상담을 하실 때마다 그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어떻게 전달하실지 그 자체가 힘드신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아이가 치료실이나 다니던 기관을 옮길 때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 자체만으로 지치신다는 분들도요.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되는 하소연이었어요. 그래서 드리는 제안 하나!

에 제시된 기초조사서에 아이의 중요한 히스토리와 현재에 대해 1년을 주기로 써놓으시고 아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전달해주시는 거예요. 물론 아이의 성장에 따라 적어도 1년마다 업데이트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 있는 상담이 될 테니까요. 이 방법을 쓰시는 어머님을 실제로 만났는데 상담 때마다 예전과 달리 감정 소모가 훨씬 덜하다고 하셨어요. 이 방법,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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