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실연필 Jan 12. 2022

달팽이 선생님(5화. 특수학교에서는 뭘 배우나요?)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점

제5화. 특수학교에서는 뭘 배우나요?
타요 만화의 라니 캐릭터 같은 노란 버스 네 대가 두 줄로 주차돼 있었다. 타요타요~타요타요~ 개구쟁이 꼬마버스~ 노래가 절로 생각났다.

로라도 함께 왔다면 아마 이 버스 앞에서 떠날 줄 몰랐을 거다. 버스 앞 면의 토끼, 개구리, 사자 같은 동물 캐릭터들이 귀엽고 깜찍했다. 타요 버스에 동물까지, 로라도 이 버스는 타려고 하지 않을까.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잔디 운동장 둘레를 걷고 있었다. 오후 1시 반. 살랑이는 바람과 부드러운 햇살이 아이들 등 뒤로 비쳤다. 해를 등지고 천천히 걷는 아이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급할 것도, 소란할 것도 없는 이 따스한 풍경에 문득 나도 들어가고 싶었다. 본관 출입문이 보였지만 나는 잠시 저 아이들 뒤를 걷기로 했다.

아이들 뒤를 따라 들어선 운동장 전체엔 모래가 아닌 잔디가 깔려 있었다. 요즘 운동장은 다 이러나? 집 근처 학교는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별반 다르지 않던데, 아마도 특수학교라 다른 것 같다. 로라가 잔디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닐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근데 왜 운동장에 잔디지? 궁금함에 몇 발짝 걸어보니 푹신한 느낌이 전해진다. 아, 그렇구나.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겠어.

운동장 옆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었다. 유치원의 것과 비슷한 미끄럼틀, 시소였다. 그런데 그네는 어디 있을까. 로라는 그네를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다칠까 봐 그네는 설치하지 않은 걸까. 자세히 살펴보니 둥그런 그물이 보였다. 그물 위는 아이가 누워도 될 만큼 넓었다.

아, 그렇구나. 그것은 보통의 그네로 자세를 잡기 힘든 아이들을 위한 그네였다. 해먹처럼 누워서 타기에 떨어질 걱정이 없는 그네. 나는 문득 유치원에 있는 로라가 보고 싶어졌다.

본관 안을 들어서자 연한 파스텔 색감과 귀여운 그림들, 반짝일 만큼 깨끗하고 넓은 복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교실 면 맞은편으로는 도서관과 시청각실도 보였다. 복도라 해야 할지, 로비라 해야 할지 넓은 교실문 앞 공간은 신발장과 함께 아주 큰 초록 나무, 편안한 스툴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마치 쉬어가세요, 하는 것처럼 학교 곳곳에 이런 쉼터가 보였다. 스툴의 부드러운 감촉을 손으로 쓸며, 나는 잠시 앉아 상담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똑똑. 긴장감에 땀이 밴 손으로 1학년 교실을 노크할 시간이 다가왔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로라 어머님이시죠?" 반가움이 느껴지는 선생님의 모습과 함께 교실의 모습이 보였다.

교실 가운데엔 아이들용 책걸상이 네 개, 휠체어 학생용 넓은 책상이 보였다. 교실 앞, 뒷면은 깔끔하게 마감된 핑크색 파스텔 톤의 교구장이 있었다. 선생님 책상과 마주 보는 위치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유치원 교실과는 다르지만, 내가 다녔던 일반 교실과는 또 다른, 특수학교 교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선생님은 교실을 정리하고 계셨던 것 같다. 교과서, 색지, 풀, 스티커 등이 보였다.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일반학교, 특수학교, 1학년, 유예, 시간표 같은 단어들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입학 준비하시면서 고민이 많으시죠?" 선생님이 내 마음을 읽으신 것 같아 나는 솔직히 좀 안심이 됐다. 특수학교 입학 상담의 시작이었다.

오늘 로라 엄마는 특수학교 입학 상담을 하고 계십니다. 로라는 현재 단설유치원 특수학급을 다니고 있지만, 엄마 눈에는 마냥 어린 아기이기에 입학에 대한 고민도 많으시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상담 전에 특수학교를 둘러보시면서 좋은 인상을 받으신 것 같습다.


앞 화에서 나왔던 로라의 모습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로라는 아직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서툴고 유치원에서 통합을 경험했지만 친구들에게 큰 관심은 없는 친구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기보다는 좋아하는 놀잇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하고, 엘리베이터 놀이, 특정 캐릭터, 일상에 대한 루틴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로라 엄마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초등학교보다 특수학교의 상담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특수학교에 근무 중인데 실제로 이런 성향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기도 니다.


그렇지만 특수학교에서의 학교 생활에 대해 알려진 바가 너무 적기 때문에 선뜻 특수학교 상담이나 입학을 주저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로라 어머님이 방문하신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와 무엇이 다를까요?


오늘은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다른 점

1. 환경 및 시설

특수학교의 시설과 환경은 일반학교와 사뭇 다릅니다.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에서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뛰다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잔디 운동장, 떨어질 위험이 없는 그물 그네, 휠체어가 회전할 수도 있을 만큼 넓은 복도, 완만한 경사로, 실내 놀이터와 비슷한 동적 활동공간, 심리안정실에 이르기까지 일반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학교 환경이 조성됩니다.


특히, 요즘 신설된 특수학교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원칙으로 설계되어 아이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인데 연령, 성별,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학교에서도 이러한 보편적 디자인이 적용되고 '장애인 편의시설'로 학교 본관 경사로 등의 주출입구나 엘리베이터, 점자 블록, 장애인 주차 시설 등이 설치돼 있지만, 특수학교의 환경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장애학생과 함께 생활하기에 특수학교만큼의 환경 구성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특수학교의 시설은 오로지 장애학생의 학교 생활에 초점이 맞춰있기에 환경 전반에 장애학생을 위주로 한 편리함과 안전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2. 교과서 (교육과정)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은 일반초등학교의 교육과정과 다릅니다. 용어가 조금 생소하기는 하지만, 보통 일반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공통교육과정'이라 하고,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기본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특수학교 교육과정은 2015년에 개정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일반초등학교의 교과서와 특수학교의 교과서는 내용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래의 교과서는 특수학교 1학년이 입학 후 적응 기간이 끝나면 제일 먼저 배우는 국어 교과서 첫 단원 부분입니다.


몸을 이용해 소리 내고, 이 소리가 누가 내는 소리인지 찾아보는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교육과정에서는 '성취기준'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한 단원을 학습하면 학생들이 성취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을 말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수학교 1학년 국어 1단원은 바로 아래와 같은 성취 준거를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2국어01-01-01] 생활 주변의 소리를 듣고 구별한다.

[2국어01-05-00] 대화 상대방에게 눈 맞추기, 표정, 몸짓, 소리로 관심을 표현한다.

특수학교 초등과정 1학년 국어 교과서 1단원 / 일반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와 다릅니다. (출처: 국립특수교육원, 미래엔)
특수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가', '나' / '가'는 1학기에, '나'는 2학기에 학습합니다. (출처: 국립특수교육원, 미래엔)

그렇다면 일반초등학교의 1학기 1학기 국어 교과서는 어떨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1학년 적응활동을 마친 후 배우는 국어 1단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1단원 / 출처: 국립특수교육원, 미래엔

특수교육과정과의 내용과는 다름을 확인할 수 있으실 텐데요. 특수교육과정이 생활 주변의 여러 가지 소리를 듣고 구별하는 것에 초점을 둔 수업이라면,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은 바른 자세로 읽고 쓰는 수업이 시작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두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와 성취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을 미리 확인하신 후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지를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혹, 우리 아이에게 너무 쉽진 않은지, 일반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이 더 잘 맞는 건 아닌지 꼭 살펴보세요.


3. 유, 초, 중, 고, 전공과까지 함께 있는 특수학교

현재의 특수학교는 유치, 초등, 중등, 고등, 전공과까지 함께 운영됩니다. 과정별 운영 방법은 조금씩 상이하지만 학부모님께서 이사나 다른 여타의 사유로 재배치를 신청하지 않는 한 유치부를 졸업하면 초등부로 바로 진학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요즘은 이러한 특수학교 체계를 유,초등부와 중고등부와 전공과로 나누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같은 점

1. 과목과 수업 시수

특수학교 1학년 담임을 할 때 살펴보면 월, 화는 4교시 / 수, 목, 금은 5교시였습니다. 그러니까 주당 수업 시간은 총 24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어 6시간, 수학 4시간, 통합교과(봄, 여름, 가을, 겨울) 8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4시간, 안전한 생활 2시간으로 일반학교와 교과목과 시수가 동일합니다. 물론 각 학교교육과정에 따라 1학기와 2학기 수업 시수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교육부에서 고시된 시수를 맞추는 것에는 차이점이 없습니다.


단,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과목의 경우 발달장애 특수학교에서는 운영되지 않으며 다른 과목의 수업시수로 운영됩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의 감각 장애 특수학교에서는 일반학교와 같이 초등과정 3학년부터 영어가 시작됩니다.


또, 특수학교에서는 특수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더불어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평가하는데 그 내용은 교과 위주일 수도 있고 생활 중심일 수도 있습니다. 개별화교육계획은 아이의 특성과 필요에 알맞은 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학기 초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를 통해 구안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 주제로 다룰 예정입니다.


2. 담임 선생님 1년

특수학교 초등과정도 일반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담임제로 운영됩니다. 담임 선생님 한 분이 학년을 마치는 동안 등교부터 하교까지, 급식, 쉬는 시간 등의 모든 활동을 지도하십니다. 전담 선생님이 계셔서 해당 과목의 수업을 하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담임 선생님께 교과 수업과 생활 지도를 받는다는 점이 동일합니다.


3. 하루 일과

특수학교의 일과도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부모님이나, 활동 선생님과 자가 등교를 하거나 통학 버스를 타고 등교하여 하루를 시작합니다.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교실로 들어가 선생님과 수업에 참여합니다.

날짜 공부, 오늘의 급식, 날씨, 요일 알아보기, 체온 측정, 건강 상태 확인 등의 활동으로 시간표에 따라 국어, 수학, 창체, 통합교과(봄, 여름, 가을, 겨울)를 학습합니다.

3교시 후 선생님, 친구들과 급식실로 이동하여 자기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오면 장난감으로 즐겁게 노는 시간을 보내고 오후 수업에 참여합니다. 하루의 시간표가 모두 끝나면 인사를 하고 학교 버스를 타거나 자가 하교의 방법으로 일과가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하루의 흐름은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특수학교와 일반초등학교는 같은 점, 다른 점이 모두 존재합니다. 따라서 어떤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이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지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도 특수학교에 근무하기 전에는 특수학교의 실제 교육환경과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교육과정과 지원 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막연했기에 학부모님의 궁금증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달팽이 선생님의 꿀팁!

혹시 아이의 입학이나 이사로 인한 전학, 특수학급에서 특수학교로의 재배치를 희망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주소지와 가장 가까운 특수학교로 문의하셔서 한 번쯤 직접 방문해보시길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특수학교로 직접 방문하시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의 실제 모습, 학습활동지, 교육 자료 등을 보실 수 있기에 지금 내 아이의 수준이나 특성과 견주어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또, 특수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보다 다양한 특수교육 콘텐츠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 회원 가입을 해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국립특수교육원 https://www.nise.go.kr/main.do?s=nise

2. 에듀에이블 https://www.nise.go.kr/main.do?s=eduable

매거진의 이전글 달팽이 선생님(4화. 우리 아이, 그냥 유예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