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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7. 2022
달팽이 선생님(8화. 꼭 참석해야 할 회의가 생겼다.)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 참여하기
제8화. 꼭 참석해야 할 회의가 생겼다.
이른 아침, 이렇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셔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카페 창 밖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모두가 바쁘지만 나는 바쁘지 않은 이 고즈넉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시간이 벌써, 그러니까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란 말이지.
로라가 특수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월, 화, 수, 목, 금. 딱 5일.
월요일이 입학식이었고 오늘이 금요일이니 정식으로 수업이 시작된 건 나흘째다.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별일이 없었다니. 난 지금 누구라도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입학식 날, 로라는 학교 현관에 꾸며진 풍선 아치를 보고 한눈에 반한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입학식장에 들어가기 위해 나와 선생님들이 로라를 일으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로라를 자극시킬 뿐이었다. 아찔했던 엘리베이터 사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선생님은 지금 중요한 건 규칙을 가르치는 것보다 입학식을 잘 치르는 것이니, 로라에게 감각 자극을 줄 수 있는 물풍선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로라는 손에 쥔 물풍선을 조물 거리며 입학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로라의 진정한 학교 생활은 어쩌면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후에도 약간의 고비가 있긴 했지만, 로라는 유치원 때처럼 심하게 울거나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까 봐 마음을 졸였던 나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였다.
유치원 때와 달라진 비결이라면 비결이 있었다. 학교 입학 전 나는 어떻게 하면 로라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유치원에 다닐 때와 똑같은 아침 루틴을 지키자는 결론을 냈다.
이 루틴은 TV로 시작한다. 7시 50분이면 TV를 켜고 로라가 좋아하는 만화로 채널을 돌린다. 소리를 조금 키우면서 로라를 안고 거실로 나온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아이의 머리를 묶는다. 아이가 만화를 보는 동안 나는 로라의 아침을 준비한다. 그리고 한 회의 만화가 끝나는 순간과 동시에 TV를 끈다. 아이의 세수와 양치, 아침 식사와 양치가 끝나면 유치원에 갈 때와 똑같이 차를 타고 레이디 버그 노래를 튼다.
아침마다 이 일련의 순서도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하는 것. 나는 그것이 로라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판단했다.
그 때문인지 오늘도 로라는 학교 현관 앞에서 선생님의 손을 잡고 1학년 교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의 손에 그 작은 손을 포개진 채로 "다녀오겠습니다"란 인사까지 했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로라의 어색한 그 인사가 떠올라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로라가 어제 받아온 안내장이 하도 많아 조용한 이 시간에 꺼내보려던 참이었다.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 개최. 자세히 살펴보니 로라에 관한 회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니 유치원에서도 이런 회의를 했던 것 같다. 반드시 참석. 이란 말에 눈길이 갔다.
로라를 위해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란 말이지.
3월의 시작.
내게도 꼭 참석해야 할 회의가 생겼다.
특수학교에 입학한 로라가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특합니다. 로라의 학교 입학을 준비하시면서 마음 졸이셨던 로라 엄마도 이제 한 시름 놓으신 것 같아 다행이고요.
물론 앞으로도 학교 생활을 하며 이런저런 일들이 많겠지만 일단 학교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학교 생활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큰 한 발짝을 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의 경우 일반초등학교 특수학급 배치와 달리 아침 등교부터 하교까지 특수교사인 담임 선생님과 함께 생활합니다. 때문에 로라처럼 하루 일과에 대한 루틴 집착이 강하고 긴장이 높은 아이들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교육환경이지요.
이렇듯 우리 아이의 특성이 특수학교에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되시면 입학 전 특수학교 상담을 꼭 받아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특수학교, 일반초등학교의 특수학급 모두 장, 단점이 있으니까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 회차에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주소지와 가까운 지역에 특수학교가 많이 없다는 것과, 근거리에 특수학교가 있더라도 이미 과원이거나 심사에 의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일 겁니다.
제가 근무하는 지역은 지방이라 특수학교 정원에 아직 여유가 있는 학년들이 꽤 있습니다. 또 신설되는 특수학교도 있고요. 아마 특수교육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신 학부모님들의 꾸준히 건의하신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아직 갈 길이 먼 특수교육 현장이지만 이런 마음들이 조금씩 모이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저 또한 현장에 근무하는 특수교사로서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장애 특성에 알맞은 교육 환경에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주제를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특수교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개별화교육계획을 위한 회의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1. 개별화교육지원팀의 구성과 역할
3월 초, 정신없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각 학생에 대한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을 하는 것인데요.
법적으로 매 학년의 시작일부터 2주 이내에 각각의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우리 아이의 개별 특성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성원으로는 학생의 보호자, 특수교사, (일반학교라면) 통합반 선생님, 진로 및 직업교육 선생님,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선생님이 계십니다.
또 학생의 특성상 건강 상의 문제나 급식 지도 시 알레르기, 구강 내 저작 활동의 문제나 삼킴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보건 선생님, 영양 선생님도 팀 구성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팀 구성은 우리 아이가 소속된 특수학급에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생별로 구성되므로 당연히 회의도 모두 각각 소집되어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실시한 회의 안내문입니다. 보통 이런 안내장을 통해 학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의 시간을 조율하여 회의가 실시됩니다.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 안내장그렇다면 이 회의에서는 무엇을 의논할까요?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서는 학생의 한 학기 동안의 교육계획과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를 정하고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이나 공익요원의 지원 시간 등을 의논합니다.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는 각 학생의 교육적 필요나 생활 지도를 위해 학기 중에도 실시될 수 있으나, 3월 초에 실시되는 것은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것이므로 가능한 학부모님께서 직접 참여하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2. 학부모님이 하셔야 할 일
아마, 특수 선생님은 회의가 개최되기 전 기초조사서 양식을 학부모님께 전달해드렸을 겁니다. 바로 아래의 양식과 같은 조사서인데요. 학생의 현재 수준과 수행 정도를 가능한 자세히 알기 위한 설문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체적이고 솔직한 기초 조사서 작성)
학부모님께서 가장 먼저 해주셔야 할 일은 이 기초조사서에 가능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아이에 대해 써 주시는 일입니다. 선생님은 이 자료를 토대로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학생의 학습 경험과 수행 수준을 판단하여 개별화교육계획의 기초를 잡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교육적 필요에 대해 요청하기)
학교에서 회의를 개최하면 그 자체로 떨려서 제대로 말씀하시기 어려워하시는 학부모님들도 꽤 많으십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알려주실 수 있는 분은 학부모님 뿐이시므로 형식적인 회의가 되지 않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 성장사, 건강 문제, 병원 정기 검진, 진단명 등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시작하여 현재 주된 관심사와 싫어하는 것과 같은 아이의 기호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자세히 말씀해주셔야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원들이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달팽이 선생님의 꿀팁!
여기서 특히,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 특성에 따라 요청하시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리자(교감, 교장 선생님) : 특수학급 인원이 과원이니 학급을 증설해주세요. 아이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학급 환경을 개선해주세요.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 증설이나 학급 환경에 관한 내용은 특수교사의 백 마디보다 학부모님의 한 마디에 더 큰 힘이 실리기 마련이랍니다. )
통합학급 선생님(일반학교의 경우 :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수준을 조절해주세요. 친구들과 어려움이 있을 때 꼭 가정으로 연락해주세요.
특수학급 선생님: (특수학급의 경우) 시간표 조절을 해주셔서 아이가 효과적인 개별화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떤 학습을 하고 있는지 자주 알려주시고 가정과 연계하여 지도 부탁드립니다.
(특수학교의 경우) 아이가 엘리베이터 놀이를 좋아하는데 생활 속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가정과 연계지도를 희망합니다. 급식 지도 시에 반찬을 좀 더 다져서 배식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처럼 개별화교육지원팀에서 건의하거나 요청하실 부분이 있으시다면 미리 정리하신 후 회의에 참석하시면 아이에게 더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회의는 학부모님이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나,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원 모두가 의견을 내고 함께 협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학부모님의 의견 모두가 반영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의견을 내고 더 나은 대안을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부모님의 의견은 정말 중요합니다.
'선생님들이 다 알아서 해주시겠지'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시고 참여하실 때, 우리 아이의 한 학기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매 학기 초에 실시되는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 꼭 참석하셔서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계획에 함께 참여 주시길 적극 권합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2조(개별화교육) ① 각급 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보호자, 특수교육 교원, 일반교육 교원, 진로 및 직업교육 담당 교원,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담당 인력 등으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한다.
② 개별화교육지원팀은 매 학기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여야 한다.
③ 특수교육대상자가 다른 학교로 전학할 경우 또는 상급학교로 진학할 경우에는 전출 학교는 전입학교에 개별화교육계획을 14일 이내에 송부하여야 한다.
④ 특수교육 교원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각 업무를 지원하고 조정한다.
⑤ 제1항에 따른 개별화교육지원팀의 구성, 제2항에 따른 개별화교육계획의 수립ㆍ실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08. 2. 29., 2013. 3. 23.>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규칙」
제4조(개별화교육지원팀의 구성 등) ① 각급 학교의 장은 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매 학년의 시작일부터 2주 이내에 각각의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하여야 한다.
② 개별화교육지원팀은 매 학기의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에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여야 한다.
③ 개별화교육계획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인적사항과 특별한 교육지원이 필요한 영역의 현재 학습 수행 수준,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계획 및 제공할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의 내용과 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④ 각급 학교의 장은 매 학기마다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른 각각의 특수교육대상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특수교육대상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