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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실연필 Jan 24. 2022

달팽이 선생님(11화. 인생은 만남의 연속)

학교 입학을 통해 맺게 되는 다양한 관계 대처하기

제11화. 인생은 만남의 연속
두근 반, 세근 반 두구두구... 심장이 마구 뛰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왜 이렇게 떨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들이 들으면 정말 웃긴다고  하겠지만 솔직한 지금 내 심정은 수능 시험치던 날보다 더 떨리는 게 사실이다.

지금 여긴 어디고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나는 놀이터에 벤치에 앉아있다. 학교를 파한 조이는 치료실 스케줄이 비는 목요일이 되면 학교 근처 아파트 놀이터로 부리나케 뛰어간다.

조이의 요일 개념은 치료실의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데,  그중 목요일은 치료실 안 가는 날. 즉 놀이터로 뛰어가도 되는 날로 정해졌던 것이다.

오늘도 나보다 먼저 뛰는 조이를 따라와 여느 때와 같이 벤치에 앉았다.

근데 왜 내 가슴이 뛰는가.
 
그건 바로 지금 이곳에 조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이네 반 여자 친구들이 한꺼 번에 셋이나 우르르 몰려와 조이에게 알은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프릴 달린 종아리 양말을 신고 자주색 구두를 신은 아이,  귀여운 말 인형, 사자 인형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아이, 또 한 명은 조이의 짝이기도 했던 디스코 머리의 말괄량이 그 아이.

조이는 혼자 신나게 미끄럼틀을 질주하다 여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다. 친구들이 와서 좋으면서도 쑥스러움에 어딘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발 끝으로 폭폭 모래만 차고 있는 모습이다.

나로서는 조이가 1학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있는 상황을 거의 처음 본 것이어서 조이는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아니 아주 솔직히 말해서 친구들이 조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저 아이들에게 조이는 어떤 친구일까. 조이와 짝을 했던 디스코 머리 아이가 다가와 조이에게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분위기를 봐선 같이 놀자는 것 같은데 저 녀석도 당황해서인지 별 반응이 없다.

아이고 내가 껴들어야 하나.

그때 한 무리의 엄마들이 나타났다. 파스텔 톤의 코트를 입고 스트립을 옆으로 맨 가방을 든 엄마와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아주 젊어 보이는 엄마, 요즘 유행하는 젤리 펌을 한 엄마가 사이좋게 나란히 놀이터로 걸어오고 있었다.

설마 저 여자 아이들의 엄마들일까?라는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엄마!" 하며 우르르 달려갔으므로.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 현재 나는 우리 아이의 같은 반 친구들과, 같은 반 친구들의 엄마를 한꺼 번에 만나게 된 상황인 것이다.

긴장한 건 실은 조이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며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실시간으로 알려오고,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건만 손에는 찐득한 땀이 배어났다.

어쨌든 나는 어른이고, 조이의 엄마다.
현재 내가 조이의 엄마로서 응당 해야 할 일.
저 엄마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벤치에서 막 일어나려는 참이다.

오늘은 조이가 하교 후에 놀이터에 갔네요. 치료 스케줄이 없는 날은 목요일! 치료실에 가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엄마와 오붓이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이 날을 조이는 손꼽아 기다려왔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조이는 놀이터에서 학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교실에서만 보던 친구들을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만나는 경험이 없던 조이는 자신의 공간(놀이터)에 친구들이 함께 있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어른들도 주말에 마트나 식당에서 직장 동료를 만나면 약간 어색함을 느끼곤 하잖아요. 인사를 나누지만 직장에서처럼 편한 느낌이 아닌 그 느낌, 아마 조이의 마음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런 조이를 바라보는 엄마도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일 테고요. 거기다 조이 친구들의 엄마들까지 만나게 되셨으니 저였더라도 떨렸을 거예요.


이렇듯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아이로 인해 맺어지는 관계들이 많습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을 위해 일상적으로 만나고 소통해야 할 범위가 가족에서 사회로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특히 조이처럼 일반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된 경우에는 만나야 할 관계의 종류가 더 많답니다. 통합반 학부모님, 특수반 학부모님, 통합반 선생님, 특수반 선생님,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 교장 교감 선생님, 영양 선생님, 보건 선생님까지.


아이의 환경을 둘러싼 어른들과의 새로운 관계들을 어떻게 잘 맺느냐에 따라 학교 생활을 대하는 마음이 편안할 수도, 반대로 불편해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특수교육대상학생 학부모님이 아이의 입학으로 인해 맺게 되는 다양한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 노하우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1. 통합반 친구들

제일 먼저 우리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통합반 친구들이 있을 텐데요. 아이의 친구를 학부모님이 직접 만나실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등, 하교 시나 하교 후 학교 근처 놀이터, 문방구, 분식집, 학교 근처 의외의 장소에 만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름을 잘 모르시더라도 낯익은 얼굴일 땐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혹시 우리 아이와 같이 있는 경우라면 엄마가 인사하는 모습을 인사 모델링의 시범을 보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시고 가능한 반갑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요맘때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를 학교 밖 공간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고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다음 날 "우리 요런 떡볶이에서 봤지?"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다정하고 친근한 인사만으로도 심리적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통합반 친구들 부모님

학부모님이 가장 많이 만나실 대상은 아마도 통합반 친구들의 부모님이실 텐데요. 어쩌면 동네 유치원에서부터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알고 계셨던 분들도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입학식이 지나면 3월 셋째 주쯤엔 각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를 개최하는데요.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학부모 총회를 실시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이때, 전체 학부모 총회가 끝나면 아이의 각 반 교실로 이동하여 담임 선생님과 간략히 상담하실 시간이 주어집니다.


물론 이 날의 상담은 4월에 실시되는 개별적인 '학부모 상담주간'과는 달리 우리 아이 학교 생활에 대한 개략적인 질문 정도로 갈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 반에 참석하신 학부모님이 많으실 경우엔 담임 선생님의 전체적인 설명으로 마치는 경우도 있고요.


제 경험상 학부모 총회 시 가장 참여율이 높은 학년은 단연 1학년입니다. 입학 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염려되는 마음은 모든 학부모님들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염려나 걱정을 함께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관계가 형성되고 학교의 방과후학교나 돌봄 교실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개인적인 만남도 생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또 입학식 이후 처음 공적인 학부모 총회라는 학교 행사를 통해 담임 선생님과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 얘기할 수 있고 '녹색 어머니회', '도서관 봉사', 학급 어머니 임원 등으로 학부모회 활동에도 참여하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기회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많은 학부모님께서 이런 활동에 부담을 느끼시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학교 활동을 통해 아이의 학교 생활을 조금 더 살펴보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실 수도 있고 다른 학부모님과의 교류도 생기실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시는 저학년 학부모님께는 통합반 학급 활동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런 반 모임 관계에 지나치게 집중하시다 보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가지시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학부모님 모임도 인간관계이다 보니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감을 느끼시거나 우리 아이에 대해 좋지 않은 표현을 들으신 경우 깊은 마음의 상처로 상담을 청해오시는 부모님들도 계셨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주로 아래의 사항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곤 하는데요. 일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 같기도 하지만, 저 역시 잘 지키지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인간관계나 모임에 너무 몰입하지 않으면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아이를 통해 만나게 된 관계는 공감대 형성이 쉬운 장점이 있는 반면, 아이들의 문제로 또 쉽게 예민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달팽이 선생님의 꿀팁!

공식적인 학부모회에는 가능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학급 단톡방의 이야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지금 만나고 있는 모임이 아이 친구들의 학부모 모임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지나치게 자세한 우리 아이의 개인 정보는 공유하지 않기


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우리 아이 개인 정보' 사항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아이의 진단이나 성장사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내 의도나 바람과는 다르게 아이에 관한 부정확한 이야기들이 여러 사람에게 회자될 수 있기 때문에 분명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에 대한 개인정보, 특히 장애와 관련된 사항은 개인정보 보호에 책임이 있는 특수 선생님이나 통합반 선생님과만 공유하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3. 통합반 선생님과 특수반 선생님,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

특수교육대상학생은 한 해 동안 두 명의 담임 선생님과 생활합니다. 바로 통합반 선생님과 특수반 선생님이신데요. 학부모님께서는 이 두 선생님과 아이에 관한 많은 의논을 함께 하시게 됩니다.


때문에 교사의 기본 업무 중 하나는 학부모님 상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사는 학부모님께 학생의 학교 생활 모습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고 학부모님께서 요청하신 상담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학부모님께서는 아이에 관한 언제라도 교사에게 상담과 도움을 요청하셔도 된답니다.


하지만 이 때도 교사와 학부모님 모두 편안하고 부드러운 상담을 하기 위한 방법이 있답니다. 아래의 사항은 제가 학기 초 학급운영에 관한 안내장을 드리며 꼭 같이 안내드리는 사항입니다.


달팽이 선생님의 꿀팁!

(연락 시간)
근무시간 내에 연락하기
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려면 수업이 끝난 시간에 연락하기 (보통 오후 3시 이후)
수업 시간 중 아이 건강 문제, 급한 조퇴 등의 개인 사정으로 빨리 연락해야 할 경우 수업 중인 교실이 아니라 교무실로 전화하기

(담당 업무)
통합반에서의 일은 통합반 담임 선생님께 상담하기
특수반에서의 일은 특수반 선생님께 상담하기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께 부탁드릴 일은 특수반 선생님께 먼저 상담하기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주로 '연락 시간'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교사들은 출근과 동시에 그날의 수업 및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수업이 시작되는데요.


이 시간에 학부모님께서 연락을 주시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중이라 제대로 상담에 응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수업에 지장 초래되기도 하니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라면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연락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아이의 건강 상태나 급히 가정 사정으로 조퇴를 해서 하교 준비를 해야 할 경우에는 교무실 전화로 연락하셔서 말씀 주시면 바로 담임에게 전달된답니다.


또, 아이가 생활하다 보면 통합반이나 특수반에서의 일들로 상담하실 일들이 있을 텐데요. 이럴 땐 담당 교사가 누구인지 먼저 판단하시고 담당자에게 문의를 주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통합반에서 일어난 일은 통합반 담임 선생님과, 특수반에서 일어난 일은 특수 선생님과 상담하시면 소통 과정에서의 오해를 줄이고 교실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실 수 있어요.


간혹, 특수반 선생님께 통합반의 일들을 문의하시거나 반대의 경우로 통합반 선생님께 특수교육에 대해 상담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시는데 보다 전문적이고 정확한 상담을 원하신다면 담당 업무를 참고하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큰 도움을 주시는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과의 새로운 관계도 있으실 텐데요.


지도사 선생님은 특수학급에 소속되셔서 학급에 배치된 모든 아이들에 대해 지원을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물론 장애의 특성에 따라 전반적이고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기에 그 학생들을 주로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원의 정도와 시간은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서 결정됩니다.)


특수교육 지도사 선생님은 통합반이나 특수반에서 수업이 진행될 때 학생들의 착석 상태나 학습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의 옆에서 도와주시는 역할, 신변 처리 보조, 이동 보조, 급식 지원 등의 역할을 해주십니다.


만약 우리 아이에 대한 지원과 케어에 대해 상담이나 안내가 필요하다고 여겨지신다면 먼저 특수 선생님과 상담하시면 이에 대한 전반적인 조율이 가능합니다. 한 아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학급 전체 운영에 관한 사항이기에 업무 담당 교사와 먼저 상의해주시면 보다 빠르게 학부모님의 희망을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으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를 둘러싼 환경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아이의 입학으로 새로운 관계들이 시작되었다면 이처럼 적절한 노하우들로 당황하지 말고 슬기롭게! 대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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