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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선 Sep 26. 2023

『뇌로 통하다』를 읽고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가입한지 1여년 정도 된 GGRC 독서 밴드에서 2022년 8월 정기독서토론책으로 선정이 돼 어쩌다 사회 및 발제를 맡아서 읽게 되었다. 몇년 전 케이무크 국민대학교 교육심리학 강좌를 신청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의 추천으로 책을 사 두기만 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구입했었는데,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과학도서 신청할 순번에 푸른 청년 재관님이 추천했던 책이 하필 절판이 돼버려 2순위였던 <뇌로 통하다>가 선정이 되어 얼떨결에 발제와 사회를 맡고는 사회멘트를 A4용지 앞뒤로 빼곡하게 적어놓았으나. 실제로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그 때 토론에 참석했던 열두 분 모두 뇌과학에 대해 하고싶은 말들이 많아 화기애애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뜨겁게 토론했던 한 여름 뙤약볕 마냥 1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고 유괘한 경험을 했다. 어쩌면 정기토론 모임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 동기도 이때부터인 것 같다. 



뇌과학서적이라기 보다는 심리학 서적에 가깝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상과 통하다》《타인과 통하다》《나와 통하다》의 3부로 나뉜다. 


1부 세상과 통하다는 교육, 경제, 마케팅, 문화 등의 거시적인 사회 현상들을 뇌과학에서는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주로 신경교육학·신경경제학·신경마케팅·문화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김성일 교수의 ‘뇌와 교육: 청소년의 뇌를 위한 교실 이데아’에서는 청소년의 뇌 발달 특성을 살펴보고 미래의 교육환경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신경교육학 관점에서 다룬다. 청소년의 뇌가 왜 충동적이고 보상과 또래에 민감한지, 따돌림을 당하면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자기를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왜 학교가 신 나고 즐거워야 하는지, 왜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김학진 교수의 ‘뇌와 경제: 감정은 뇌의 선택을 어떻게 바꾸는가’에서는 신경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이 소개된다. 왜 잘못된 주식을 처분하여 손해를 보고 마는지, 왜 뷔페에서 과식할 수밖에 없는지, 왜 도박에서 돈을 한번 잃기 시작하면 계속 잃을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로또 명당을 찾게 되는지 등을 인간의 비합리성과 뇌의 기능으로 설명한다.


성영신 교수의 ‘뇌와 소비: 악마의 뇌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최근 뇌과학 연구가 활발하게 접목되는 광고와 마케팅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뇌 연구들을 소개한다. 애플의 심플한 디자인, 커피전문점의 향, 형형색색의 아이스크림, 백화점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과 같은 오감을 자극하는 상품들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쳐 구매결정에 이르게 하는지 웃음, 궁금증, 섹슈얼리티를 담은 광고의 효과 등을 신경마케팅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최인철 교수의 ‘뇌와 문화: 동양인의 뇌 vs 서양인의 뇌’에서는 주변의 환경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민감한 동양인의 사고방식이 사물 자체의 개별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뇌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문화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타인, 특히 어머니 같은 중요한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지각하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공존하는 방식에서도 동서양의 차이가 뇌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본다.




2부 타인과 통하다는 타인과의 관계와 예술적 교감에 주로 초점을 맞춘 사회적 뇌를 소개한다. 주로 사회신경과학이나 진화심리학 연구 및 신경법학, 진화심리학, 신경미학 분야의 연구에 기초하여 사랑, 미술, 음악 그리고 거짓말 등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전중환 교수의 ‘뇌와 사랑: 짝짓기하는 뇌-진화적 접근’에서는 왜 진화심리학자들이 사랑을 사회적으로 형성된 일종의 합의나 구성물이라고 보지 않고 특정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을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갖는 심리적 적응이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해 소개한다. 지고지순한 헌신적 사랑 이외에도 정욕, 낭만적 사랑, 그리고 애착에 대한 신경과학 연구결과를 통해 사랑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김채연 교수의 ‘뇌와 미술: 나의 뇌는 피카소의 뇌와 통할까’에서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생생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를 신경미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한다. 왜 평면의 캔버스에서 따스한 불빛의 온기를 느낄 수 있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듯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지, 관객들이 이런 생생한 느낌을 받을 때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아름다움이라는 경험의 신경과학적 연구들을 소개한다.


김경일 교수의 ‘뇌와 음악: 나의 뇌와 모차르트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에서는 뇌가 청각 정보인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와 음악이 정서적 반응을 도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한다. 전문 음악가의 뇌와 일반인의 뇌는 어떻게 다른가, 절대음감은 천재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가, 뇌 손상의 일종으로 음악을 지각하지 못하는 음악 실인증은 무엇인가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김영윤 교수의 ‘뇌와 범죄: 거짓말을 할 때 우리 몸은’에서는 하루 평균 두 번, 일 년에 700번의 거짓말을 일삼는 인간이 거짓말을 할 때 몸과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거짓말 탐지의 원리를 소개하고, 사이코패스의 뇌는 보통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완벽한 거짓말 탐지란 가능한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다룬다.




3부 나와 통하다는 자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윤리학·정서신경과학·인지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에 근거하여 자아, 기억, 정신질환, 윤리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도준 교수의 ‘뇌와 자아: 개미의 뇌 vs 베짱이의 뇌’에서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찰나의 웰빙을 위해 빈둥거리는 베짱이의 비교를 통해 시간에 따른 가치평가, 미래계획, 상상, 자아의식, 공감 등에 대한 뇌의 작용을 소개한다. 미래의 가치는 점점 평가절하되게 마련임에도 개미가 꿋꿋이 일한 이유와 겨울날 베짱이를 모질게 내쫓은 개미의 공감능력 부족 등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한상훈 교수의 ‘뇌와 기억: 디지털 시대의 기억’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과도한 정보량에 압도되어 기억능력이 퇴화하는 뇌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기억 보조 도구를 소개한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 기억은 어떠한 형태로 그 모습이 바뀌고 있는지, 다양한 감각을 시시각각 기록함으로써 기억의 정확도를 돕겠다는 포부를 갖고 진행되는 사업들이 디지털 시대의 기억에 부합하는 형태인지 따져본다.


이승환 교수의 ‘뇌와 정신질환: 정신질환과 뇌 기능 이상’에서는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을 뇌의 인지적·정서적 기능의 장애로 설명한다. 뇌의 인지적 기능 장애인 조현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중독 등과 뇌의 감정적 기능 장애인 우울증, 조울증, 범불안장애, 그리고 그 두 가지 기능이 혼재될 때 나타나는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자살 등과 관련된 뇌의 기능을 다루고 있다.


장대익 교수의 ‘뇌와 윤리: 착한 뇌를 찾아서 - 내 탓인가, 뇌 탓인가’에서는 여러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켜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을 할 때 추론이라는 합리적 사고가 중요한지 아니면 직감이라는 정서적이면서 무의식적인 반응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신경과학 연구로 풀어간다. 또한 모방하고 감정에 공감하는 행위들이 도덕적 판단을 돕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기초적 내용이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뇌와 마음의 관계에 대한 연구의 간략한 역사 및 뇌의 기본 구조와 뇌 연구방법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이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가 뇌를 이해하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뇌에 대한 이해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 책은 이러한 대중들의 호기심에서 출발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마음에 관한 뇌신경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결과가 지니는 철학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윤리적·법적·교육적 함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분명 뇌를 이해한다는 것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도, 개인의 행복을 증진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발견된 뇌에 대한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마음-뇌-사회의 흥미진진한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도전적 여정을 출발해보자.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으니 읽고 싶은 주제부터 선택해서 읽으면 된다. 더불어 집필진 12명의 개성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껴보기 바란다.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과 유쾌한 소통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뇌와 마음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 한다.



이 책 내용 중 제일 재미있게 다가온 부분은 '신경미학'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램브란트, 마티스, 르누와르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이였다. 그들은 따로 뇌를 공부하거나 뇌의 기능방식에 대한 의식적인 연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특히, 인상주의 화가인 르누와르의 작품을 보면 그 흐릿한 모호함이 뇌영역인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뇌과학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신경영상학등의 발달로 이러한 분석이 가능해졌지만,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이전에 이미 그들은 그 사실을 화폭에 담고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또한, 관객들의 뇌가 미술작품을 볼 때에 대한 분석도 재미있었는데, 뇌와 예술의 결합, 객관적 아름다움과 주관적 아름다움에 대한 뇌의 연구 등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뇌와 예술의 만남은 앞으로도 큰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간의 기억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사실 뇌가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과거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뇌가 갖고 있는 기억들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을 분석해보면 그들은 타인과 미래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짐을 알게 되었다. 즉 과거가 사라지니 미래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는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구성하여 가상의 상황에 나를 대입시켜 시뮬레이션을 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과 미래의 내 모습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료가 전부 사라지니 처리해서 결과를 도출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뇌로 통하다>에서는 뇌의 발달에 따른 학습 환경 디자인,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어떻게 자율성을 증진시킬 것인가, 뇌를 바꾸는 훈련인 뇌가소성,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의 뇌등 정말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과 통하는 최신 뇌과학, 역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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