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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un 13. 2022

최애 드라마를 떠나보내며

장조와 단조가 구분되지 않는 블루스처럼

'우리들의 블루스'가 끝났다. 이토록 찬란하면서도 눈물 쏙 빼며 마음 저릿하고, 고개 끄덕이는 장면들로 20화가 지나갔다. 꼭 본방사수로 의리(!)를 지키고 싶었던 드라마! 큰 축제가 끝난 뒤 그 축제의 스텝이었던 것처럼 섭섭한 기분마저 든다.

노희경 작가의 필력도 대단하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풀어낸 연출력도 좋았다. 모든 배우들의 합이 정말 잘 맞았다. 끝까지 몰입해서 봤다.



차승원 배우로 시작해 이정은 배우, 엄정화 배우로 연결된 중년 여성의 우정 이야기도 좋았고, (그동안의 드라마들은 불륜으로 풀었겠지!?)


노년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고두심 배우외 김혜자 배우의 스토리도 좋았다.


가진 것을 송두리째 뺏기고 어둠 속에 있던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오려 애쓰는 신민아 배우의 연기도 다르게 느껴졌다.


고등학생 커플의 이야기는 처음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이 대견해 응원했다.


장애를 가진 언니와 그 언니를 품는 동생 씬은 한지민과 정은혜 배우가 절절하게 풀어냈다. 드라마 속에서도 단순히 약자로 그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정은혜 배우의 실제 삶도 그렇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드라마의 배경인 제주에서는 옆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보듬으며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외지에서 들어간 이들도 그 삶에 녹아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마스크로 표정을 가리며 살아온 지 몇 해가 지나가고 나니 이렇게 부대끼며 살던 시대가  그리웠나 보다.


전 세대를 아울러 어느 누구 하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분명한 이유를 알려준 이야기,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제목을 톺아보게 된다.

 '두 박자 또는 네 박자의 애조를 띤 악곡, 12마디를 기본으로 하며 장조와 단조가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블루스(blues)의 뜻이  드라마 곳곳에서 저마다의 리듬으로 연주되었구나 싶다. 이제야 제대로 이해된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우리 삶에 섞여 하나의 멜로디가 되고 인생이 된다. 그러니 어제도 오늘도  그저 멋들어진 블루스의 어느 대목이었을지도.


노희경 작가는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행복하자'의 부드러운 청유형이 아니라, 진지한 명령이다. 이 땅에 마지막 남은 사명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명령을 한 음절씩 따라 하며 끄덕이고 대답하게 된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이제 진짜 '우리들'의 블루스가 시작이다.


#우리들의블루스

#감상평 #드라마추천

#정주행한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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