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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시인 Dec 19. 2023

가오슝의 보얼예술특구와 치진(旗津) 섬에서

타이완 여행. 3

  택시를 탔다. 가오슝 가는 버스 타는 곳으로 가달라고 하니 구글번역기로 “가오슝 가는 버스 스테이션”을 모른다고 한다. 분명 여행안내서에는 기차역 앞에 여러 지역으로 떠나는 버스회사가 몰려있다고 하는데… 할 수 없이 “그러면 기차역으로 가주세요.”라고 말 할 수밖에…

  우리의 새마을호에 해당하는 신자강호(新自强號) 열차에 올랐다. 시속 120km로 달리는 열차 내부는 깨끗하고 쾌적하다, 두서너 곳에서 정차한 뒤 가오슝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사의 건물 디자인부터 범상치 않다.

택시를 세웠다. 칠순이 넘은 것 같은 지긋한 운전기사와 연륜이 있는 택시로 이십 분 정도 걸려 호텔에 도착했다. 예약한 4성급의 호텔은 물결무늬의 외관을 지닌 8층 건물이다. 타이베이의 3성급 호텔에 비해 숙박비도 싸지만 비교할 수 없이 훨씬 쾌적하고 깨끗하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이용한 숙소 중에서도 가성비가 최고인 것 같다. 통유리창 너머로 시내가 훤하게 보이고, 실내디자인, 조명, 부대설비 등에서도 흠잡을 것이 없다.

  체크인까지는 서너 시간이 남아 배낭과 가방을 맡겨 놓고, 호텔 바로 앞의 보얼이슈터취(보얼예술특구 駁二藝術特區)와 옛 항구를 산책했다. 이곳은 버려진 부두를 예술 문화지역으로 탈바꿈시킨 곳으로 옛 창고를 개조해 예술 공간과 예술품을 파는 상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길거리와 인근 공원 곳곳에 설치된 독특한 조형물들도 눈에 띈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생각되지만, 한국의 정치와 행정을 책임지는 분들이 견학할만한 곳이라고 여겨진다. 유럽이나 유명관광지로만 벤처와 탐방을 나가지 말고 가까이 있는 이런 곳에도 와서 예술이 생활화되는 현장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야 쓸데없이 세금만 축내는 외유를 한다고 비난하지 않을 것 같다.

  가오슝은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독특한 생김새의 고층 건물들이 그러하고 길거리와 공원의 조형물들, 경전차의 외형, 길가의 다리까지 그러하다. 보얼 예술 특구를 지나 다리를 건너자 항구의 옛 창고인듯한 건물들을 마트로 개조한 공간도 있다. 패션제품이 주류인 이곳에는 패스트푸드 가게와 찻집도 있다. 마치 시장했던 우리는 이곳에서 파스타와 새우튀김, 우동으로 점심을 먹었다.

  호텔에서 잠시 쉬는 동안 나는 글을 쓰고 지인들을 위해 페이스북에도 몇 장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는 동안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우리는 서둘러 인근의 경전철에 오른다. 종점인 아오즈디(凹子底) 역에서 갈아타고 지하철 청사가 멋지다고 소문난 메이리다오(美麗島)에 잠시 머물렀다가 쥐시엔 노선(오렌지 라인)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아  직 저녁 7시가 되지 않았는데 호텔 주변 상가는 거의 문을 닫았다. 검색해보니 인근 식당들도 영업 종료 시간이 7시인 곳도 많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치킨과 바나나 그리고 맥주로 저녁을 대신한다. 호텔에서 내려다보니 거대 공룡 같은 빌딩들이 눈을 감고 순하게 잠들어 있다.     

 

 가오슝에서 둘째 날     


  가오슝 사람들이 주말이면 가장 선호한다는 치진(旗津) 섬에 다녀왔다.

  섬으로 가는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중에도 가오슝 예술 특구로 지정된 옛 항구 지역의 조형물들과 마주친다. 어쩌면 필사적으로 보이는 가오슝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지 젊은 세대의 관광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배 타고 오 분이면 닿을 곳에 치진 섬이 있다. 터널로 가는 방법도 있다지만 차가 없는 우리는 걸어서 배에 올랐다. 뱃삯은 30위안 우리 돈 1,300원 정도다. 오토바이를 빌려서 섬의 해변을 둘러보고, 해산물로 점심으로, 빙수는 후식으로 먹었다.

  열대 식물들이 자라는 이곳은 마치 제주도를 연상시키지만 다른 점은 아주 한산하고 조용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점은 물가가 제주도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파인애플과 석가모니 머리 모양을 닮은 스자를 사 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곳의 몇몇 과일은 달고, 향기는 본 고장이라서 그런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지만, 다만 겨울에는 망고가 제철이 아니라서 망고와 망고스틴은 가게에 없다.

  가오슝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귀국하는 여객기를 타기 위해서다. 아내는 파인애플 과자를 나는 대만의 특산주인 금문 고량주를 두 병 산다. 몇 년 전 북경에서 귀국할 때 산 고량주를 먹고 밤새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중국 술이라면 절대 사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대만의 면세점에서 사는 금문 고량주는 괜찮다고 하여 귀국하면 지인들과 나누어 먹을 요량으로 구입한 것이다.

  타이베이, 타이난, 가오슝으로 이어지는 대만의 일정. 어쩌면 한국의 단체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제외하고 다닌 모양새가 되었다. 조용하면서도 안정된 분위기의 대만은 중국과는 너무 다르다. 교양있고 예절 바른 사람들, 겨울임에도 온난한 기후, 한국보다 싼 물가… 편안하고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한국과 가까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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